1. 한국야구에서 FA로이드는 존재하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리에이전트(free agent)가 되는 해를 앞둔 선수들은 높은 성적을 얻음으로써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FA 전 해에 가능한 한 다른 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길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FA 전 해에 반짝하면서 다른 팀을 홀리는 경우도 가끔 나타나는데 야구팬들은 이를 가리켜 FA로이드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렇다면 한국야구에서 FA로이드는 존재할까?
FA제도가 창설된 2000년부터 당해 계약자들이 현재까지 대략 1.7시즌 뛴 2008년 사이에 3년 이상의 다년계약을 체결한 타자 FA 26건을 대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굳이 3년 이상으로 조건을 다는 이유는 1년이나 2년 계약일 경우 노장의 마지막을 챙겨 주는 퇴직금성 계약이나 B급 타자들을 1~2년 더 써먹으려는 단발성 계약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먼저 walk year, 즉 FA 자격을 얻는 해에 그 이전까지의 3년에 비해 월등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Best 5를 골랐다. 정렬 기준은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출루율 스케일로 나타낸 wOBA라는 지표이다(wOBA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람).
너무 오래 전이라 잊혀진 한국야구 타자 FA 1호 김동수가 눈에 띈다. 그 밑으로는 야구팬 대다수가 예상했을 FA로이드의 예시라 할 만한 선수 두 명이 차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특히 김민재의 경우 wOBA의 수준은 평균 이하이지만 FA 자격을 얻는 해에는 그럭저럭 평균까지는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격이 리그 평균수준이면서 뛰어난 수비를 가진 유격수는 FA 시장에서 매력적이다.
다음은 대박을 노리고 싶었는데 폭삭 망한 케이스, Worst 5.
현대가 박경완을 내보낸 것은 자금의 문제도 있었지만 포수로서 1,000게임 넘게 출장한 박경완이 노쇠화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이 주된 원인이었다. 심정수와 장성호는 원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보이다가 하필 FA 바로 전 해에 부상과 부진으로 불운을 겪은 케이스. 그나마 그 "부진"도 리그 평균은 충분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전체 26건 중 FA 전 해에 유의미하게 기량이 상승/하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각각 얼마일까? wOBA의 연간 오차범위는 약 6~7% 정도이다. 즉, 타자의 wOBA가 전 해에 비해 6~7% 범위 내에서 변화했다면 그 정도는 대략 동일한 실력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오차로 볼 수 있다.
상승률 7% 이상을 대박, 상승률 -7% 이하를 쪽박, 그 사이를 중박이라고 하면 26건 중에서 대박은 6건, 쪽박도 6건, 중박은 그 나머지인 14건이다. 일반적인 생각만큼 타자들이 FA 전 해에 항상 미친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FA만 보고 8년 동안 달려온 선수들이 9번째 해에는 예전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두리라고 확실하게 콕 찍어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2007년의 조인성이나 2001/2005년의 김민재와 같은 운 좋은 케이스, 혹은 2004년의 심정수처럼 눈에 띄게 운 나쁜 케이스가 부각되는 경우는 있지만
FA 역사 전체로 보면 꼭 FA 전 해라고 해서 그 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타자는 많지 않다.
2. 계약하고 보니 뽀록FA로이드와 마찬가지로 walk year의 wOBA와 "축 계약" 이후 3년의 wOBA를 비교하면, FA 전 해 혹은 전성기의 성적을 기대치로 잡고 계약한 구단들이 얼마나 실망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다음은 walk year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평범한 기록을 거둔 선수 Best 5명.
아까 FA로이드 5인방 중 올해 대폭발하고 있는 조인성을 제외한 1~3위가 고스란히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김민재는 그야말로 "행운의 사나이"로 불릴 만 하다. 김기태는 뒤에서 따로 언급.
반대로 FA 직전에는 폭삭 망했다가 계약하고 나서 다시 안정을 찾은 선수 Best 5명도 소개한다.
여기에도 앞에서 본 선수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특히 박경완은 2002년에 잠시 어라? 하는 성적을 거둔 후 2003년부터 바로 제자리로 되돌아왔고, 심정수와 장성호의 경우도 전성기의 포스는 아니지만 사실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뒤에도 나올 안경현은 모범적인 FA 계약의 사례라 할 만 하다.
뽀록 Best 5와 복귀 Best 5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사실 FA의 본질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커리어 전체에 비해 지나치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그 다음 해 매우 높은 확률로 제자리를 찾아가며, 커리어 전체에 비해 지나치게 나쁜 성적을 거둔 선수도 마찬가지라는 평범한 교훈이다. FA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팀이 굳이 새겨들을 점이라면, "FA 전 해에 커리어보다 지나치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와 계약하려면 기대치를 낮추고, 만일 그 성적을 계속 찍을 것을 구단에서도 기대한다면
차라리 계약을 접는 것이 좋다" 정도일 것이다. 지나친 행운과 불운은 오래 가지 않는다. 특히 최절정기가 지난 상태에서 FA를 맞이하는 한국에서는.
3. 최악의 먹튀는 누구인가?먹튀의 기준은 "계약 직전 해에 비해서 계약 후 폭삭 망한 선수"와 "계약 전의 3년간 커리어에 비해서 계약 후 폭삭 망한 선수"의 두 가지로 잡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팬들이 쓰는 먹튀의 용례는 전자이지만, 한 해의 성적은 몇 해의 성적에 비해 기복이 심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준을 전자로 잡으면 한국야구에서는 먹튀가 아닌 선수들이 거의 없다.
따라서 기준을 후자로 잡고 "그 전 성적과 비교했을 때" 먹튀 5명을 선정하면 다음과 같다. 연봉의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성적만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연봉과 이미지까지 감안한다면 결과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 내가 홍현우 마해영보다 위라고?.jpg
1위가 충격적인가? 사실 김기태는 억울하다. 왜냐하면 2~5위의 선수들은 풀 시즌으로 보면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냥 선수생활을 끝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김기태는 2002~2004년까지 꾸준히 활약했으며, 그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2004년은 위 표에서 제외되어 있다.
또 김기태는 계약 이전까지 "너무 잘 하는 선수"였다(심정수도 그렇지만). 너무 잘 하던 선수가 평범한 선수가 되었다고 욕하는 것은 적당히 잘 하는 선수가 평균 이하의 선수가 되었다고 욕하는 것보다 억울한 일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악의 FA는 역시
그 분이다.
역사에 남을 3루수에서 먹튀의 대표사례로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는 김기태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1) 김기태의 계약액수(4년 18억)는 홍현우와 동일하다.
2) 김기태는 계약한 팀인 삼성에서 2001년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이후 트레이드되었다.
만일 요즘 2001~2003년 심정수 레벨이던 선수가 4년 35억 정도의 계약 후 2004~2006년 마해영급의 선수로 변신했다면 내년에 부활하기 전까지 그 선수는 얼마나 많은 욕을 먹게 될까? 김기태의 당시 계약은 적어도
삼성에게는 되돌아보면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해 준다.
나머지 선수들은 역시나 그런갑다 하는 선수들이 나열되어 있다.
4. 모범 FA 계약사례반대로 FA 계약 이후 오히려 알짜 활약을 해 준 선수는 누구일까? 사실 많이 고르고 싶었으나 3명밖에 찾지 못했다.
FA 계약 이후 성적이 나아진 선수들이 이 3명뿐이라서.이 쪽도 1위가 충격적인가? 사실 2009년 계약까지 포함하면
홍성흔이 1위, 누적stat을 고려하면
양준혁이 1위이긴 하다. 그러나 조인성이 2010년 시즌을 이 페이스로 마감할 것이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LG는 일단 본전은 훨씬 넘게 뽑아먹은 셈이다.
다 늙어서 계약하는 FA에 그전까지보다 잘 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wOBA의 오차범위 내에서, FA 계약 이후
이전과 비슷한 성적이라도 거둬 준 선수를 찾아보았다. 이번에는 꽤 많다.
그럭저럭 FA 성공작이라고 할 만한 선수들이 모여 있다. -7% 이내의 성적 변화는 선수 개개인의 노쇠화를 고려하면 사실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이기도 하다. 다만 정수근의 경우가 눈에 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비율성적으로 따져서 그렇지 사실 정수근은 누적을 고려하면 욕 먹을 만 하다. 그러나 정수근의 기량 자체는 FA 이전과 이후에 큰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정수근에게 매년 3할 50도루를 기대했다는 점, 계약 액수가 6년 40억 6천만원이었다는 점, 정수근이 몇 번의 큰 사고를 쳤다는 점이다.
잘 하는 선수들 가운데 약간 다르게 꾸준함을 측정해 보자. 다음은 계약 전과 계약 후 공히 wOBA .360 이상의 성적을 찍어 준 선수들이다. "꾸준하지 못했던" 심정수와 이호준은 제외하였다.
꾸준한 선구안과 타격능력의 보유자 3명과 최고의 포수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다가 위에서 언급한 조인성, 박진만, 안경현과 2009년 이후의 홍성흔을 더한 정도가 모범 FA 계약사례가 될 것이다.
5. 추신: 투수는 왜 없나요?원래는 투수도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욕을 잃어버렸다. 더 잘 하는 것은 고사하고 수준이라도 유지한 선수가
송진우와
조웅천 단 두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는 완전히 먹튀라든가, 약간 먹튀라든가, 성적이 나아지긴 했는데 원래 별로 많이 안 던지던 경우(가득염)뿐이었다. 특히 이강철, 진필중, 박명환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분들은 홍현우 마해영보다도 더했다(2002년의 이강철도 물론 포함해서).
결론은 하나뿐이다. 26세의 류현진이 아닌 이상에야 현 FA 제도하에서 투수 FA 계약은 바보짓이다.
※ 모든 통계는 Statiz(http://www.statiz.co.kr)에서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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