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록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result&game_id=20080926SSOB0
1. 기대치가 낮은 선수가 낸 좋은 결과는 대부분 카지노에서 우연찮게 돈을 딴 것과 마찬가지다. 05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걸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지만, 그것이 06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재걸을 중용해야 한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막연한 기대 정도라면 몰라도). 좌완투수 상대로 18타수 4안타 6삼진, .222 / .222/ .389를 기록한 심광호를 3번에 박아 넣은 것은 그런 측면에서 분명한 뻘짓이다. 차라리 몸이 좀 불편하더라도 진갑용(좌완투수 상대 56타수 13안타, .232 / .348/ .411)을 내보내는 게 옳지 않았을까?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광호는 소액의 돈을 따고(1볼넷 1HBP) 3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후, 이혜천이 교체된 8회에도 등장한다. 허울뿐인 '좌투수에는 우타자'의 명분도 깨진 이상, 양준혁이 나와야 하는 상황.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도 심광호는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역시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웃을 당했다. 타석에 선 심광호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빈번한 경우(72.22%)이다. 도박도 정도껏 해야 한다. 양준혁이 아무리 부진하다지만 심광호보다는 10% 정도 출루를 더 기대할 수 있는 타자이다. 첫 타석이자 마지막 타석에서 공 네 개를 쓱 보고 손쉽게 볼넷을 골라 나간 양준혁을 보면 그런 아쉬움은 더하다.
3. 삼진은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타자가 흔치 않은 폼으로 던지는 좌완투수를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팀 내 타격성적 1, 2위를 다투는 두 선수가 중심 타선에서 한 경기에 3개의 삼진을 당한다면 욕을 먹어도 싸다.
4. 1 : 0, 2 : 1과 같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운이다. 이런 경기에서는 투수들의 투구수준이 비슷했을 때 약간 운이 더 좋은 투수가 승리를 따내고, 순간이라도 불운한 투수는 패전을 기록한다. 에니스의 9월 26일은 지독히도 재수 없는 날이었다. 한 투수가 1) 그 전까지 잘 던지고 있다가 2) 수비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고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3) 타자에게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인한 출루를 허용하고 4) 도루까지 허용하며 5) 리그 최고의 출루율과 컨택트 능력을 보유한 그 다음 타자에게 적시타를 맞아 6) 이닝종료후 조기강판되어 7) 타선의 삽질로 1점만 내 주고도 패전을 기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야구다.
5. 안지만은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였다. 그러나 4이닝+은 너무 길었다. 주말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펜 가용자원으로 정현욱과 오승환만을 남겨 두는 것은 "모험"이다. 선발이 6~7이닝을 소화하는 야구도 아니고 "불펜 중심의 야구"를 한다는 감독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이 매우 의아스럽다. 차라리 8회에 정현욱을 내보냈으면 지더라도 그만, 이기더라도 그만일 것이다. 아, 그 전에 양준혁을 먼저 타석에 내보냈어야겠지만.
6. 조현근과 김상수는 8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그러나 이는 두산 타자들의 공격력 부족과 약간의 행운이 따른 결과이지, 결코 최선의 방법을 통한 결론은 아니다. 아무리 2루타를 쳤다고 해도 부상당한 김창희(.284 / .376 / .356)를 빼고 멀쩡한 우동균(.240 / .353 / .391)대신 하필 신명철(.183 / .242 / .230)을 넣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방향으로 시즌이 계속 흘러간다면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상대로 행운이 따른 어려운 승리조차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비합리적인 기용은 언젠가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7. 2008년 수위타자가 친 파울볼을 주운 것은 내 야구관람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 이 글의 모든 기록은 ISTAT(http://www.istat.co.kr)에서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