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1. 포수는 공만 받는 포지션이 아니다. 맞다. 상대팀 타자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하고 우리팀 투수들의 컨디션이 지금 어떤지도 파악해야 한다.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잘 던지는 공, 못 던지는 공, 잘 던지긴 하는데 컨트롤이 조금 빗나갔을 때 타석에 들어와 있는 타자에게 얻어맞을 확률, 05년의 손민한이 있을 때와 02년의 김진웅이 있을 때 리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으로서 야수들의 수비까지 조율해야 한다.
2. 그러나 소위 "수비형 포수"와 "공격형 포수"의 기량 차이, 즉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그만큼의 차이가 일정수준의 타격능력의 차이를 상쇄할 정도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수비형 포수 : 공격은 못한다. 수비는 평균보다 조금 낫다. 팀에 공격은 꽤 잘하는데 수비가 평균인 포수가 있다.
공격형 포수 : 공격은 (대부분의 경우) 상당히 잘한다. 수비는 평균 수준이다. 팀에 공격 못하는 포수가 있다.
사실 공격형 포수라고 불리는 선수가 계속 출전한다면 그건
그의 수비도 평균 이상이기 때문이다. 공격형 포수가 공격형이기 때문에 시합에 나서지 못할 정도가 되려면 수비가 "바보 수준"이어야 될 것이다.
3. 이만수 코치가 현역시절 수비를 못하는 포수였는가? 나는 이만수 코치의 현역시절 전성기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였으니까. 1993년 이후의 이만수는 수비건 공격이건 평균 이하였다. 그리고 그런 조짐은 1991년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전성기의 이만수(1982~1990년)가 그저 그런 포수였다면 삼성은 만년 2등이나마 할 수 있었을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상당히 의문이다.4. 박경완도 마찬가지다.
박경완의 타격 포텐셜이 지금의 현재윤 수준이었다면 김성근 감독은 박경완을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5. 한국프로야구의 단일 시즌 정규이닝은 1134이닝이다. 몇 경기 연장전을 한다 치면 1140~1150이닝이다. 자이언츠의 강민호는 혼자서 1007이닝을 포수로 뛰었다. 정규이닝 대비 88.8%이다. 잘 나가던 시절의 이만수나 김동수, 박경완 못지않은 비중이다. 물론 로이스터 감독이 "격하게 믿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포수로써 네 자리를 넘기는 수비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아무리 그 포수가 스물네살이라고 해도 대단한 것이다.
올 시즌 강민호의 1007이닝이 최기문의 것이었다면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6. 때로 기록은 우리의 인식을 명쾌히 반박한다. 2008년의 김동수와 강귀태, 박경완과 정상호의 기록.
강귀태 : 603 1/3이닝 출장, 포수 마스크 썼을 때 투수 방어율 4.22, 도루저지율 .308 (28 / 63)
김동수 : 379 2/3이닝 출장, 포수 마스크 썼을 때 투수 방어율 4.84, 도루저지율 .236 (13 / 42)
박경완 : 764 2/3이닝 출장, 포수 마스크 썼을 때 투수 방어율 3.45, 도루저지율 .430 (40 / 53)
정상호 : 321 0/3이닝 출장, 포수 마스크 썼을 때 투수 방어율 2.83, 도루저지율 .333 (14 / 28)
※ 기록 출처 : ISTAT(http://www.istat.co.kr)
7. 야구선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특히 "선천적인 한계점"의 측면에서는 수비가 공격보다 더욱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은 박진만을 수비 잘 하는 좋은 유격수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박진만은 공격도 잘한다. 많은 사람들은 김한수를 수비 잘 했던 좋은 3루수였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사실 김한수는 공격도 잘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추신 :
Mike Piazza도 마찬가지다. 도루저지 못하는 포수라면 모르지만, 그를 무슨 공격밖에 못하는 바보 취급하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추신 2 : 지금까지의 생각은 야구에서 수비와 공격을 1 : 1의 비중으로 봤을 때이다.
만일 공격이 수비보다 최소 20%포인트 이상 중요하다는 세이버메트리션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 글의 결론은 더욱 "특정한 포수"들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