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포스트시즌을 내다보면서.


가을야구의 계절이 왔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 이래 응원하는 팀이 12년째 진출하는 포스트시즌이다. 한국야구의 포스트시즌 제도가 심하게 기형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강팀들의 단기전 승부란 왠지 모르게 "진검승부"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야구팬으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2008년 삼성라이온즈의 우승확률이 1%라도, 그 1%를 믿고 기대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 기대, 설레임, 그리고 아마도 펼쳐질 좌절(-_-;) 등이 섞여 괜스레 싱숭생숭해진다.


사실 단기전 승부는 예측불허이다. 그 계산 잘 한다는 Billy Beane도 단장 취임 이래 단기전에서는 번번이 실패하지 않았는가. 정규시즌의 성적에 비하면 포스트시즌에서 Oakland의 좌절은 불운에 가깝다. 2001년 Seattle은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내고도 ALCS에서 Yankees에게 패배함으로써 그 빛을 잃었다. 같은 해의 삼성 역시 정규시즌에서는 81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했지만, 정규시즌에서 승률이 1할 이상 뒤처졌던 3위 두산에게 일격을 당함으로써 그 다음 해를 기약해야만 했다. 정규시즌 1위가 결정된 상태에서 사다리 형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루는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하위팀에 의한 upset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단기전은 운빨"이라고 단정해 버린다면 그것은 야구라는 게임에 대한 모독에 가까울 것이다. 야구의 매력은 타임아웃이 없는 데 있기도 하지만,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비교적 객관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하여 합리적으로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데 있다. 단기전에서도 투수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공을 친다는 야구의 기본 틀이 존재하는 이상, 당해 정규시즌 성적을 토대로 '이러이러하지 않을까'와 같은 결론을 내려 보는 것은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일이다.


1. 한국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에서 우승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역설적이지만, 포스트시즌 1위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정규시즌 1위팀은 강팀이므로 포스트시즌에서도 여러 번 이길 확률이 높다. 2) 밑에서 올라오는 팀에 비해 소화할 경기가 적으므로, 투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소모가 덜하다.

이 중에서도 2번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일시즌제가 도입된 1989년 이후 1999, 2000년의 양대리그 시절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정규 1위와 포스트시즌 우승팀은 다음과 같다.



1989년과 1992년의 빙그레, 2001년의 삼성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무서운 업셋의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하위팀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러나 이 세 번의 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정규시즌 1위팀은 포스트시즌 우승까지 동시에 차지했다. 야구는 소모전이다. 그 중에서도 투수의 팔은 가장 빨리 소모된다. 보름을 쉰 타자들의 방망이는 거의 모든 경우 휭휭 잘도 돌아가지만, 다섯 게임에서 많게는 열 게임 넘게 치르고 올라온 타자들은 그 기세와는 무관하게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롯데나 삼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규시즌 1위가 포스트시즌 1위까지 가져가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맞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2. 경기 내적인 수준에서 포스트시즌의 성패를 예측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포스트시즌과 정규시즌의 차이점을 명확히 적시해야 한다. 정규시즌에서 1위팀은 2위팀과도 18게임, 8위팀과도 18게임을 치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1위팀이 만날 수 있는 정규시즌 최하위의 팀은 기껏해야 4위팀이다. 즉, 포스트시즌은 강팀과 강팀의 승부이다.

또한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정규시즌에서 1위팀의 5선발을 만난다면, 아무리 우리 팀이 꼴찌라 해도 40% 정도는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팀은 3인 선발로테이션을 쓰고, 강한 불펜투수는 매 게임마다 나온다. 1위팀의 에이스와 2위팀의 에이스가 맞붙고, 양쪽 불펜에서 좋은 스터프를 가진 릴리버들이 경기 후반 매 이닝마다 쏟아져 나온다면 경기의 양상은 투수전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2001년과 같은 '각목시리즈'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10번의 타격기회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잘 했다고 박수치는 게임이 야구다.


3. 투수가 지배하는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점수를 내야 한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대는 것은 강공을 하느니만 못함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컨디션 100%의 배영수와 손민한이 맞붙는 포스트시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러한 경기가 투수전으로 흐른다면, 타자들이 기록한 점수는 연속안타보다는 출루 후 볼을 인플레이시키는 타격행위를 통해 주자를 진루시켜 얻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구인들이 말하는 "짜내는 점수"이다.

"짜내는 점수"라도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선발투수가 오래 던지면서 주자를 적게 내보내야 한다. 선발투수가 내보내는 평균적인 주자의 수와 관련된 지표는 이닝당 출루허용, 즉 Whip이다. 선발투수가 6~7이닝을 1~2실점으로 잘 막았다면? 그 나머지는 막강한 셋업맨과 마무리의 몫이다. 야구는 9회까지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다면 8회나 9회에서 상대에게 리드하는 점수를 내 주는 것은 치명타에 가깝다. 특히 9회말에 내 주는 리드점수는 경기를 끝내는 점수이다. 따라서 포스트시즌에서 구원투수는 주자를 아예 내보내지 말아야 하고, 기왕에 선발투수가 주자를 남겨 놓고 물러났다면 진루를 허용하지 않아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모두 잔루로 처리해야 한다.

타자를 아웃시키면서 주자를 진루조차 시키지 않는 투수의 무기는 삼진이다. K/9, 즉 9이닝당 삼진 개수는 훌륭한 구원투수를 판별하는 척도인 동시에 훌륭한 포스트시즌 끝판왕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선발투수가 남겨 놓은 주자가 득점한 비율, 즉 승계주자 득점허용률(IRS)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하다.


4. 2008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와이번스, 베어스, 자이언츠, 라이온즈이다. 이 네 팀의 정규시즌 선발투수 기본성적은 아래와 같다.




네 팀 중 가장 선발투수를 믿고 많은 이닝을 맡긴 팀은 롯데 자이언츠이다. 자이언츠의 선발투수들은 팀 전체 이닝의 2/3를 초과하는 이닝을 책임졌다. 그러나 선발투수들이 가장 적은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주자출루를 허용한 팀은 SK이다. SK는 삼진 / 볼넷 비율에서도 두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튼튼한 전력을 선보였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거의 모든 선발투수 지표에서 최하위이다. 불펜 중심의 야구에서 이미 예상된 일이다.


5. 단기전은 선발투수 중에서도 1선발과 2선발, 즉 '원투펀치'가 주로 책임진다. 각 팀의 1, 2선발 성적은 아래와 같다.



기본 선발투수 지표와 마찬가지로 롯데의 손민한, 장원준이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전체 선발투수 이닝 중 두 선수에게 할당된 이닝의 비율을 따지는 원투펀치의존도에서는 솔리드한 원투펀치를 가진 SK가 가장 높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역시 아무런 특징이 없을뿐더러 선발투수의 평균 소화이닝에서는 당당히 꼴찌다.


6. 어떤 면에서는 선발투수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불펜투수들의 주요 성적은 아래와 같다.




불펜투수에게 많은 이닝을 맡기는 선동열 감독의 선호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다. 이미 출루한 주자의 득점은 데이터에 따른 철저한 투수교체를 추구한다는 김성근 감독의 와이번스가 가장 적게 허용하였다. 베어스의 불펜투수들은 가장 높은 탈삼진비율과 가장 낮은 주자 출루율을 보여 주고 있다.


7.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가 가장 필요할 때는 경기가 접전으로 흐를 때이다. 두 팀의 점수 차이가 3점 이내인 경기에서 네 팀의 불펜투수들의 성적은 아래와 같다.



장작을 쌓는 데 바빴던 라이온즈의 불펜투수들은 주로 패전처리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3점차 이내의 경기에서 등장하는 삼성의 불펜투수들은 앞의 기록에 비해 확연히 좋아진 경기당 탈삼진과 Whip을 기록한다. 베어스는 여전히 K/9 1위. 그러나 삼성 불펜야구의 가장 큰 단점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편애의 야구"이다 ;



3점 차 이내로 경기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불펜투수 3명이다. 요 전의 표에 등장한 표현을 빌리자면 "BEST 3". 불펜투수들 중에서도 한 스터프 한다는 투수들이 보인다. 임태훈정현욱의 압도적인 이닝에 주목할 것, 오승환과 정대현 역시 끝판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불펜투수 세 명을 다른 팀에 비해 격하게 믿은 결과가 삼성의 BEST 3 의존도 1위이다.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는 로이스터 감독의 스타일이 명확히 드러났는지, 롯데의 불펜투수들은 다른 팀에 비해 다소 비중이 적은 편이다.


결론 : 정현욱과 오승환이 일당백이라도 SK와 두산을 불펜에서 이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로이스터 감독이 내보내는 선발투수들이 그날 하필 긁혀 버린다면 아예 두산을 만나지도 못하는 수가 있다. 이 좋은 기록에 덤으로 정규시즌 1위까지 차지한 SK의 우승확률이 단락을 지날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8. 단기전이 투수전의 양상을 많이 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자들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르테즈의 공을 안타로 만드는 건 허승민보다는 박석민에게 기대해야 하고, 김광현에게서 점수를 뽑아내는 데는 유재웅보다 김현수가 훨씬 유용하다. 일반적인 득점루트와 관계된 지표, 즉 팀 OPS, 테이블세터(1, 2번)의 출루율, 클린업 트리오(3, 4, 5번)의 OPS, 1점 차 이내의 승부에서 등장한 대타의 OPS 기록은 다음과 같다.


※ 2008년 10월 1일 현재 리그 출루율 / OPS : .343 / .722


김성근 야구는 무서운 야구다. 1점 차 이내의 승부에서 등장한 와이번스의 대타들이 때려낸 13안타 중 4안타가 홈런이었다. 또한 와이번스에는 박재홍만 있는 것도 아니다. 활발한 공격력으로 기억에 남은 롯데보다도 근소한 차이로 더 높은 OPS를 기록했다. 조성환 - 이대호 - 가르시아의 폭발력은 김현수 - 김동주 - 홍성흔에 한끝 차이로 앞섰다. 이종욱은 홈런을 못 치고 고영민은 삼진을 많이 당한다. 그러나 이 두 명의 덕택으로 베어스 테이블세터의 출루율은 리그 평균에 비해 44포인트나 높다.

와이번스가 전반적으로 고른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베어스와 자이언츠가 스탯의 수위를 나눠 가진 형국. 내가 응원하는 팀은... 말하지 않겠다. 9번타자건 뭐건 다 끌어모은 리그 평균 출루율과 도찐개찐인 출루율을 기록하는 테이블세터는 대체 누굴까? 4위를 했는데 왜 팀 OPS는 평균보다도 낮을까?

참 미스테리한 시즌이다.


9. 아무리 많은 출루를 했어도 득점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상대의 좋은 선발투수로부터 운 좋게 많은 안타를 뽑아냈다 쳐도, 연속안타건 짜내기건 간에 결국 점수는 내고 봐야 한다. 잔루 만루의 변비야구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쥐약이다. 네 팀 중 어떤 팀이 가장 변비 증세가 심한가? 또 네 팀 중 어떤 팀이 흔히들 레토릭으로 즐겨 쓰이는 "응집력"과 "끈기"의 야구를 했는가? 답은 다들 예상하는 대로다.


※ 잔루율 = 1 - (득점 ÷ 출루). 출루는 물론 안타 + 볼넷 + HBP.


볼넷과 HBP를 "쌤쌤"으로 상쇄시킨다 쳐도 베어스는 와이번스보다 안타를 10개 덜 치고 볼넷도 7번 덜 골랐다. 그런데 득점은 9점이 더 많다. 그 결과는 최강의 설사약 야구이다. 와이번스와 자이언츠는 베어스에 비하면 변비기운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이 두 팀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가장 많은 안타를 친 팀이다. 역시 이번에도 튀는 팀이 하나 보인다. 준혁이 형이 애들 잘 가르쳐서 그런지 볼넷은 많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사실 5위팀보다 점수를 더 못 냈다. 그리고 5위팀보다 더 점수 많이 줬다. 그런데 어떻게 4위를 했을까.


참 미스테리한 시즌이다. (2)


조건에 맞는 득점 기록을(당연히) 찾을 수 없어 타점으로 엉성하게 대체했지만, 3점 차 이내의 접전 상황에서 네 팀이 기록한 잔루율 근사값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도 어떤 팀은 변비다. 롯데는 좋겠다. 시원해서.




10. 공격과 관련된 마지막 지표는 조금 색다르다. 어쩌면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시즌 전체로 보면 팀 득점과 출루율, 팀 득점과 OPS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야구 한 게임에서 점수를 내려면 짜내기도 해야 할 뿐더러 연속안타 혹은 안타 - 볼넷 - 몸에 맞는 공과 같은 연속출루가 있어야 한다. 1번에서 5번이 미친듯이 잘 쳐도, 1번타자 볼넷 - 2번타자 내야안타 - 3번타자 삼진 - 4번타자 볼넷 - 5번타자 병살 같이 재수없는 상황이 한 번 나오고 그 다음부터 곧장 "쉬어가는 타순"이 되면 바로 변비 시작이다. 즉, 평균 OPS가 같다고 할 때 타순별로 OPS 편차가 심한 것보다는 1번에서 9번까지의 선수들이 비교적 고른 OPS를 기록하는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그래도 감이 잘 안 오시는 삼성 팬 분들께서는

박한이 - 박진만 - 양준혁 - 박석민 - 조동찬 - 우동균 - 신명철 - 현재윤 - 허승민

요 라인업을 봐 주십사 한다. 문제가 뭔지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OPS가 저조하면서 표준편차가 낮은 것보다는 OPS도 높고 표준편차도 조금 높은 편이 차라리 낫다. 모든 타자가 1할타자인 것과 1할타자들 가운데 3할타자가 3명 섞여 있는 것은 다르니까.

아래는 2008년 10월 1일 현재 4개 팀의 타순별 OPS와 표준편차이다.



동일한 안타, 비슷한 OPS를 기록한 두 팀의 OPS 표준편차가 약간 다르다. 와이번스의 1번 슬롯은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막강하다. 가르시아와 강민호가 버티고 있었던 자이언츠의 5번과 6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와이번스가 자이언츠보다는 약간, 조금, 다소 고른 공격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SK는 괜히 두려운 게 아니다. 고영민 - 김현수 - 김동주 라인이 번쩍번쩍 빛나는 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좀 이상한 타순구조를 가지고 있다. 확실히 이상하다. 물론 표준편차는 가장 안정적이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다. 팀 OPS도 제일 낮은걸.

그러나저러나 두산 4번은 흔히 쓰는 인터넷 속어로 "흠좀무"다.


11. 마지막으로 살펴볼 요인은 수비이다. 나는 야구를 정말 모르는데 수비는 그 중에서도 가장 모른다. 선수 출신도 아니고 직접 야구를 해 본 것도 동네 야구 수준이니, 어떤 수비가 좋은 수비고 어떤 수비는 나쁜 수비인지 알 턱이 없다. 제시할 수 있는 자료도 그래서 하나뿐이다.



※ DER = (TPA - HR - BB - HBP - K - H - Error) ÷ (TPA - HR - BB - HBP - K)


공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DER은 야수들이 처리할 수 있는 볼 인 플레이된 경우(타석 - 홈런 - 4사구 - 삼진) 중에서 야수들이 범타로 처리한 경우(타수 - 홈런 - 4사구 - 삼진 - 안타 - 실책)의 비율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 수치는 DIPS 이론, 즉 투수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제어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이벤트는 홈런과 삼진과 볼넷뿐이고 안타를 맞는 것은 행운과 불운의 문제라는 주장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그냥 쓰는 경우에도 한 팀이 다른 팀에 비해 얼마나 조금 더 활발한 수비를 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도 1위는 와이번스이고 꼴찌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다.

글을 쓸수록 암울해진다.


12. 그러나 라이온즈 팬들께서도 그리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운'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것은 평소에는 잠잠하던 선수가 갑자기 시리즈에서 미치는 것이요, 평소에는 우수하던 선수가 갑자기 시리즈에서 10할 타자나 10할 탈삼진 투수로 하이퍼 에볼루셔나이즈하는 것이다. 2004년 NLCS는 Carlos Beltran의 각성을 빼놓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유두열이 역전홈런을 치던 그 순간, 10년 뒤인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선진이 홈런을 치던 그 순간에도 '그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진지하게 바랬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격적이었던 2002년과 2005년의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이 거기서 한꺼번에 3점이나 뽑아 준 것은 행운을 넘어 "기적"일지도 모른다. 2005년 잠실과 대구에서 날아다녔던 김재걸의 미친듯한 타격, 그리고 오승환의 역투가 없었더라면 삼성은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기세의 두산"에게 밀렸을지도 모른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그 2차전에서 김대익이 정재훈을 상대로 9회말에 동점홈런을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단기전은 진검승부인 동시에 예측불허의 승부이다. 모든 통계를 뒤엎는 것이 그 해 걸사마와 같은 타자들이고, 모든 통계를 무시하는 것이 그 해 오승환과 같은 투수들이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아직도 저~ 위에 늘어놓은 통계를 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야구를 분석하기도 좋아하지만, 야구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의 관심사는 오직 두 가지 뿐이다 ; 올해는 어떤 선수가 미치려나? 내가 응원하는 팀은 우승할 수 있으려나?




※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통계는 ISTAT(http://www.istat.co.kr)의 자료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by Lucid | 2008/10/03 01:29 | Baseball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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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ucid at 2008/10/03 01:30
일부 통계가 해상도 문제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클릭하시면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스트롱베리 at 2008/10/03 13:07
지나가던 베어스팬입니다. 이번시즌 정리 참 잘해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 ^^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축하드려요. :D
Commented by dd at 2008/10/03 15:02
상세한 분석이군요
Commented by 생활의바람 at 2008/10/03 15:24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Earthy at 2008/10/03 21:49
저도 같은 팀을 응원합니다만...
이번 시즌은 참 암울했어요, 정말.

그래도, 우리 맹구가 좀 미쳐주길 바랄 뿐입니다.
Commented by 스토리텔러 at 2008/10/04 01:13
어라 루시드님 삼성팬이셨군요.
왜이리 반가운지...
삼성은 정말 미스테리한 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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