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로이스터를 지지한다.


"19안타가 다 이대호 옆을 지나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음 선발로 내세운 장원준도 2실점 이하의 피칭을 기대하고 있고 가능하면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포스트시즌에서 결과가 절대진리인 것은 맞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이 정상적이고 타당한 사고과정을 거쳤다면, 다음번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이 높다. 특히 단기전에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면 더욱 그렇다.


나는 롯데의 팬이 아니라서 이대호가 3루수를 보는 것에 대해 롯데 팬들보다 많이 알지도 못하고 좋은 의견을 제시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대호의 3루는 한 경기 한 경기에서는 재앙일지 몰라도, 시즌 전체로 보면 팀을 조금 더 강하게 - 특히 공격에서 - 만들기 위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대호를 지명타자로 못박는 것은 단기적인(1시즌) 타격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그의 나이와 몸값, 포지션 이동에 따른 여러 선수들의 연쇄이동과 그에 따른 부정적인 파급효과, 그리고 자기관리라는 측면을 생각했을 때 타당성이 충분히 있다(한국 선수들 중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이대호나 류현진 같은 체질의 선수들에게 자기관리는 중요하다).


사실상 두 번의 게임에서 그의 실수는 1차전에서 송승준을 2/3이닝 정도 늦게 뺀 것이 전부이다.


나쁜 감독이 선수들과 팀을 망치기는 쉽다. 우리는 짧지 않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 속에서 그런 예를 심심치 않게 봐 왔다. 예컨대 롯데 팬들이라면 입에 담기도 싫어하는 2002년의 백인천 같은 사람. 그러나 좋은 감독이, 그것도 선수들(특히 투수)에게 크게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팀의 패배를 줄이고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더욱 많은 승리를 이끌기란 더욱 어렵다. 만일 그가 외국인이라면? 세 배 정도는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로이스터는 이 어려운 일들을 모두 잘 해냈다. 조성환이 중요한 순간 허무하게 물러났다고 해서 시즌 내내 보였던 그의 활약이 물거품이 되지 않는 것처럼, 두 번의 패배로 로이스터가 비판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신도 아니고 마술사는 더더욱 아니다. 로이스터 매직이라는 말은 실상 로이스터에게는 모욕이나 마찬가지다. 로이스터는 마술을 부린 것이 아니다. 상식에 부합하도록 팀을 운영하고, 기술과 경험은 있으나 기가 꺾여 있는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없앨 것을 주문했으며, 신명철이나 손인호처럼 감독 양아들 소리 들어가면서 계속 못 하는 선수를 무턱대고 밀어 주지도 않았을 뿐이다. 이런 것을 가지고 마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현재 상식 이하의 팀 운영을 하는 감독들이 적지 않음을 한국야구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토요일에도 삼성이 이긴다면 선동열은 세 번의 승리를 만들어 낸 셈이 된다. 그러나 선동열이 세 번의 승리를 만들었다면 로이스터는 삼십 번의 승리를 만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의 3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과 정규시즌의 30승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로이스터는 분명히 현재 리그에서 최고의 감독이다. 김성근 야구가 "감독의 야구"라면 로이스터 야구는 "선수의 야구"니까.


P.S. 물론 김성근이 최고의 감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김성근은 또 다른 의미에서 "최고의 감독"이다.


P.S.2. 김응룡, 김인식은 물론이고 선동열, 김재박이라도 팀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고 해서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부산 갈매기"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로이스터는 팬을 위한 야구가 무엇인지도 아는 감독이다.



한국야구는 언제쯤 이런 감독을 다른 나라 리그로 보낼 수 있을까?



by Lucid | 2008/10/10 00:50 | Baseball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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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0/10 01:20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대호 3루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물론 19안타가 모두 이대호 옆으로 가는 건 아니죠.
하지만 그 땅볼안타들의 발생원인이 이대호였다면?

첫겜에서 박기혁은 포시를 온게 아니고 펑고하러 온 거 같더군요.
이대호의 좌우 무빙도 안되는 수비를 이용해서 3유간으로 아웃되든 말든 열심히 보내서 박기혁을
왼쪽으로 땡긴 다음 2유간으로 열심히 보내고, 조성환이 커버하러 오니까 또 12간.

공격에서 큰 그림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이대호가 3루 보는 동안 1루에 온 선수 명단이
박현승, 마해영, 김주찬, 박종윤입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8/10/10 01:46
그래도 3루수 이대호는 길게 보면 매력적이기는 하죠. 통도사 스님들이랑 동거한다는 전제 하에... 여자친구도 있고 한데 2006년 초와 비교해서 그렇게 살이 찐 걸 보면 자기관리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at 2008/10/10 04: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심심너구리 at 2008/10/10 08:53
어차피 모든건 결과론적이라서 이런말들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시즌중 연패중일땐 사람들은 로이스터 잘못이라는 말이 계속 나왔죠. 그러다가 연승하면 조용해지면서 로이스터 매직 타령...
사실 롯데는 시즌초만 해도 4강후보로 오르지 못했던것 같은데 말이죠. 기대가 커져서 그렇습니다.
롯데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 내후년이 더욱더 기대가 되는 팀입니다.
만에하나 올시즌이 이렇게 끝나더라도 내년이 더욱 기다려지는 한해가 될것같습니다.
다만 1차전처럼 너무 허무하게 지진 않았으면 좋겟네요.

이대호3루 수비라든지 투수운용이라든지 모두다 감독의 소관사항을 갖고 옆에서 뭐라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가 작년1위팀이고 선수들도 리그 초일류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예를 들자면 양키즈 정도?)이라면야 로이스터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게 아닌이상에야 감독탓을 하면 안되겠죠.
제가 정규시즌 3위에 만족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롯데가 가을야구를 해주는것만 해도 감사히 생각해야죠.
Commented by bzImage at 2008/10/10 11:32
결과론이고 롯데 팬도 아닙니다만, 3루수 이대호가 굉장히 무력하다는것만은 사실입니다.

물론 로감독 믿음의 야구가 김인식 감독님의 믿음의 야구랑 크게 다르다고 하려는건 아닙니다만, 어제 어지간하면 3루수가 처리할 공인데도 최향남이 뛰어와서 1루 송구하더군요.
결국 8회 넘어가서는 이대호 포지션이 1루로 바뀌어서 4볼 밀어내기 나온 진갑용이랑 같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고요.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라는걸 강조합니다만, 물론 감독의 재량 하에 있는 일이지만서도, 임경완의 예를 보면 알듯이 로이스터 감독의 믿음이 실패할때도 제법 있다는것도 사실인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想翔 at 2008/10/10 12:44
최향남이 뛰어와서 잡았을때는 이미 3루수가 민성이였습니다만.
(물론 저도 대호 3루는 괴로워합니다. 내일은 1루 대호를 보고 싶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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