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피케이션(Disneyfication)



황금잉어를 풀어놓고 맑은 물을 (인공적으로) 흐르게 한 만들어진 청계천은 사람들, 특히 산업화 이전의 서울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연과 도시의 조화, 더 나아가서는 서울의 부활이라는 환상을 심어 준다. 메트로폴리스를 넘어 메갈로폴리스로 향하는 "대한민국의 괴물" 서울특별시의 무차별적인 확장과 이에 필히 수반되는 실제적인 환경의 파괴는 이 와중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진다. 그들이 청계천을 보며 떠올리는 것은 맑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서울이라는, 철저하게 만들어진 이미지이다. 그러나 햇빛을 가로막고 서 있는 고층빌딩의 숲 한가운데 콘크리트 강가 사이로 "흘려 보내지는" 정화된 물줄기가 어떻게 자연의 냇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하는 디즈니피케이션의 지리학적 정의.


대중문화는 선택권이 대중에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자나 정부 혹은 직업적 디자이너에 의해 조작되어진다. 그러므로 '내가 선택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선택'과 모두 같아진다. 이러한 역설적 장소의 가장 극단적인 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디즈니랜드를 들 수 있다. 디즈니랜드는 역사와 신화 그리고 현실과 환상 등을 초현실적으로 조합시킴으로써 그 지역의 특정한 지리적 맥락과는 거의 상관없는 경관을 연출해 내는데 이를 디즈니피케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경관에는 일상에서 느끼는 단조로움과 비효율적인 현실과는 반대되는 꿈이 상업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특히 기술의 성취에 대한 낙관적인 세계관이 투영되어 있는데, 이러한 세계관은 우리에게 관람되는 한편, 우리의 생각과 행위나 상상력의 기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랜드를 설계할 때 외관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처음에 두 명의 건축가를 고용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대신 만화가를 고용하여 건물을 디자인하게 하였다. 월트 디즈니는 미국 경관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독특한 디즈니랜드 경관을 창조했다. 디즈니랜드의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는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소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향수를 상업적으로 부활시킨 경관이다. 월트 디즈니의 고향인 미주리 주의 마르셀린이라는 소도시의 추억을 더듬어 만든 이 메인 스트리트 건물들은 정면 파사드(facade)만 중서부 소도시 거리의 건물의 모양을 하고 있을 뿐 내부는 전혀 다르다. 디즈니랜드의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월트 디즈니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메인 스트리트를 만들기 위하여 원하지 않는 요소는 제거하고 원하는 것만 모아 만들어진 판타지이다. 그러나 이 메인 스트리트는 이제 미국인들에게 이상적인 소도시의 메인 스트리트에 대한 이미지로 작용한다. 오히려 중서부 소도시의 실제 메인 스트리트는 디즈니랜드의 메인 스트리트라는 상상 속의 거리에 비해 형편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일쑤다.

- 박삼옥 외 지음, <지식정보사회의 지리학 탐색>, 한울아카데미, pp. 323-4


by Lucid | 2008/10/26 02:17 | Junk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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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xi at 2008/10/26 10:59
지리교육을 공부하고 이번학기는 사회/문화 지리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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