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고등학교 출신 좌타 외야수 1차지명자. 일단 절반 먹고 들어간다.
삼성 이성근 운영차장이 대구 상원고 우동균과 포철공고 허성욱, 구미전자고 홍효의를 데리고 코칭스태프를 찾았다. 1차 지명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의 낙점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차장은 내심 세 선수 가운데 유일한 타자인 우동균이 선정되길 바랐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의 시선은 투수 2명에게 쏠렸다. 배팅볼을 치는 우동균은 한대화 수석코치가 지켜봤다. "무슨 애가 이렇게 작아." 한코치는 우동균의 작은 키(174cm)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우동균이 프리배팅을 10개 정도 쳤을 때 한코치가 이차장을 다급하게 불렀다.
"감독님께 투수들 보지 마시고 얘 좀 보라고 하세요."
우동균. 2008년 삼성라이온즈 1차 지명선수. 믿고쓰는 대구상 좌타자. 지명 경쟁과정에서 한대화, 장효조라는 레전드로부터 압도적인 합격점을 받은 고졸신인. 지명되는 순간부터 신인타자를 갈망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좌타 외야수. 프로 1군무대에 데뷔한 날(5월 9일) 첫 안타. 그 다음날(5월 10일) 첫 도루, 첫 타점. 고졸야수로서 보기 드문 풀 타임 1군 활약.
이제 프로의 길에 막 입문한 선수에게 지나친 기대는 확실히 금물이다. 그러나 박석민과 최형우가 다음 시즌의 활약을 예고하는 브레이크 아웃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다면, 우동균은 한 해 한 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인선수이다. 150타석을 조금 넘기는 출장기회를 얻은 이 19세 소년의 기록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타자의 능력을 가장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으로 담아내는 지표는 OPS이다. 올 시즌
우동균의 OPS는 .698이다. 리그 평균(.721)에 비하면 확실히 좋은 기록은 아니다. 그 결과
우동균의 OPS+는 100 미만이다(94).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동균인가?
어떤 기준에 의한 최근 5년간의 리그 타자기록.
(표를 클릭하여 확대하시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위 통계는 최근 5년간의 리그 타자기록을 어떤 기준으로 필터링했을 때 남은 데이터에 우동균을 더한 결과이다. 그 기준이란 다음과 같다.
1. 데뷔한 지 3년 이내(통상적으로 만 21세 이내)의 고졸 야수가
2. 데뷔한 지 3년 이내의 어떤 한 시즌에 100타석 이상 출전하여
3. OPS .700을 넘겼다.야구팬들은 언젠가부터 고졸 야수에 대한 기대를 덜 하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의 기록을 기준으로 볼 때 이는 굉장히 합리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2004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한 번이라도 1군 무대에서 100타석 이상 출전하여 OPS .700을 넘긴 만 21세 이하의 선수가 단
다섯 명이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리그 수준, 길어지는 선수 생명, 그리고 이에 따른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그 좁은 문을 뚫은 선수들이다. 우동균은 비록 OPS .700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최근 5년간 우동균의 기록을 뛰어넘은 "고졸 신인" 선수는 다섯 명에 불과하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BB/AB(%)이다. 안타깝게도 우동균은
유망주들의 선구안을 평가할 때 종종 쓰이는 척도인
BB/SO 비율이 좋지 못하다. 그러나 그것은 우동균과 함께 위에 나열된 5명 중 손광민을 제외한 4명의 공통적인 특징이다(손광민의 BB/SO 비율은 현재 리그에서 고졸신인이 낼 수 있는 최대의 기록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타자의 선구안을 측정하는 데 좋은 지표인 BB/AB(%)에서 우동균은
15.9%로 다른 5명을 상회한다. 이는 올해 모든 타자들의 기록(10.52%)을 앞서는 것은 물론, 리그에서 손꼽히는 좋은 타자들의 기록과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음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렇게나
10명만 뽑은
고졸 야수들의 통산 BB/AB(%) 값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력으로 어필했던 10명의 고졸 선수.
물론 고작 150타석 조금 넘게 들어선 우동균과 우동균 연봉의 20배는 가뿐히 넘는 돈을 받는 베테랑 선수들의 쌓이고 쌓인 기록을 비교하는 것은 분명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10명의 선수들은 적어도 "엄청난 시즌"을 두 해 이상 보냈던 선수들이다. 그들도 데뷔 시즌에는 우동균처럼 상대 투수들의 변화구에 폭풍삼진을 당하면서 프로의 가혹함을 체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10명의
데뷔시즌 기록은 어떨까?
데뷔시즌의 기준은 해당선수 타석 > 2008년 우동균 타석.
처음부터 잘 했던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우동균이 올 시즌 300타석 이상 들어섰다면 그의 BB/AB(%)는 15%를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잘해야 12% 정도. 그러나 웬만한 야구팬들이라면 다 아는 위 10명의 고졸 야수 중
데뷔시즌에 10% 이상의 BB/AB(%)를 기록한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제한된 숫자의 타석에 들어선 신인 타자의 한 개 시즌 OPS와 BB/AB(%)를 놓고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그 타자가 전반적으로는 출중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특정 부문에서 튀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분석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 팬들은 우동균에게 일견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 숫자는 그 막연한 팬心의 근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숫자로 놓고 봤을 때 적어도 우동균은 나쁜 타자는 아니다.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어린 새싹에 가깝다.
물론 우동균은 이글스의 김태완이나 타이거즈의 나지완처럼 일반적인 막연함을 뛰어넘어 "우리 팀 강아지가 이 정도로 잘 했어요!"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수준은 못 된다. 그러나 김태완과 나지완은 대학에서 4년 동안 자신의 스윙을 갈고 닦았다. 우동균은 대학보다 냉정하지만, 동시에 대학보다 훨씬 더 큰 발전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 프로 무대를 그들보다 4년 일찍 밟았다. 더구나 그는 1차 지명자이다. 신인에게 가혹한 프로 세계에서 1차 지명자라는 감투는 다른 고졸 야수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증표다.
좌투수와의 승부(12타수 1안타)는 확실히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마냥 플래툰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우동균은 좌투수에게
5번 삼진을 당했지만, 동시에
5개의 볼넷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 플래툰 대상이
우투수에게 더 강한 우타자(강봉규, 우완 상대 .328 / .410 / .493 좌완 상대 .224 / .342 / .313)라면 더욱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당장은 아주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몇 년간 꾸준히 타석에 들어섰을 때 우동균은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믿는다.
부디 그가 제2의 최정, 제2의 김현수가 되기 바란다.
추신 : 타자의 득점권 성적은 일반적으로 복불복이며, 매 시즌마다 달라지고, 통산기록을 내 보면 그 타자의 전체 통산성적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Dick Cramer는 "클러치히터라는 개념은 누구나 경험하는 압박감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면서, 압박감에 대처하는 개인의 노력을 욕보이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압박감을 아주 약간은 가질 법도 한 고졸 1년차의 득점권 성적이 .355 / .459 / .677 (39타석 31타수 11안타 1홈런 17타점 6볼넷)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법하다. 물론 표본이 적다는 치명적인 약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헐 조그만게 야구좀 하는데?
※ 이 글의 모든 통계는 ISTAT(http://www.istat.co.kr)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