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편한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따라서 두서가 없습니다(-_-;).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중력 구장. 심지어 투수들이 대놓고 가기 싫어한다.
1. 구장효과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저마다 다르다. 구장효과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투수나 타자의 일반적인 기록에 구장효과를 항상 더하여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구장효과에 신뢰도를 낮게 부여하는 사람들은 참고할 만한 자료로, 혹은 어떠한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잠실구장의 넓이, Coors Field의 고도 등)를 부연설명하는 정도에 그친다. 나는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니다. 야구경기에 Home & Away 제도가 이어지고, 축구장이나 농구코트처럼 전 세계가 완전히 동일한 규격의 야구장을 쓰지 않는 이상
구장에 따른 변화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장효과로 특정한 투수나 타자의 성적을 일정 수준 이상 설명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다.
2. 구장효과에 대한 오해 하나. 구장효과에는 우리 팀의 기록과 상대 팀의 기록, 홈에서의 기록과 어웨이에서의 기록이 모두 포함된다. 어떤 팀의 타력이 뛰어나다면 그 팀은 홈 경기에서든 어웨이 경기에서든 대체로 점수를 많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들을 모조리 싹 쓸어왔다고 해서 우리 팀 홈구장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비해 타격을 훨씬 더 잘 한다고 해서 우리 팀 홈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과거 이승엽 - 마해영 - 양준혁이 클린업트리오를 이루던 삼성라이온즈는 이런 억지 주장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대구구장과 탁구대의 공통점은 바닥 색깔이 초록색이고 미친 듯이 딱딱하다는 것 뿐이다.
3. 구장효과에 대한 오해 둘. 야구장은 손을 대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 기상이변이 일어나거나 지리적 조건이 눈에 띄게 바뀌지 않는다면 야구장을 둘러싼 제반 조건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장효과는 그 근본적인 방향까지는 바뀌지 않을지언정, 구체적인 값은 매 해 조금씩 바뀐다. 이는 "구장(park)"이라는 "factor(요인)"은 변하지 않는 상수인 데 비해, 그 구장 안에서 특정한 팀의 투수와 타자가 상대하여 탄생하는 기록은 본질적으로 그 값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확률 게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장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의 정확도를 가지려면 최소한 5년 이상 누적된 자료가 필요하다. 어떤 구장이 얼마나 투수 친화적인지를 알려면
먼저 표본을 늘려 반복시행의 오차를 차츰 줄여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Jim Furtado 식으로 구한 올해 목동구장의 득점팩터는 1.10이다. 즉, 득점에 10% 가량 타자 친화적이라는 뜻이다. 이 값은 내년에 1.05가 될 수도 있고 1.28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0.95가 될 수도 있다(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 1.10이나 1.28이라는 숫자는 구장효과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숫자를 통해 야구경기를 정밀히 해부하는 데는 별무소용일 것이다. 그러나 2012년까지 5개년 기록을 분석한 결과 득점팩터가 1.06이라면, 이 숫자는 그럭저럭 믿을 만할 것이다. 10년, 20년의 누적기록이면 더 좋다. 제일 좋은 것은 목동구장에서 100년 동안 10,000게임 정도를 해 보는 것이겠지만.
4. 구장효과에 대한 오해 셋.
구장효과와 구장크기는 다르다. 구장의 크기는 구장효과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집합 기호를 빌려 말하면 구장크기 ⊂ 구장효과이다. Coors Field나 Arlington Ballpark는 구장의 크기로만 따지면 웬만한 구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그러나 두 구장은 각각 NL / AL에서 손꼽히는 타자들의 천국이다. 반면 요새는 쓰이지 않지만, 쌍방울 레이더스의 홈이었던 전주구장은 크기는 당시(1999년 이전)의 대구구장보다 작지만 오히려 약간 투수친화적인 득점팩터를 기록했던 곳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구장이 거의 동일하기에 큰 의미는 없지만, 파울 존의 넓이가 어느 정도 되느냐의 문제는 펜스까지의 거리나 펜스의 높이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5. 따라서 타자의 타격 스타일에 따라 어떤 타자에게는 불리한 구장이 어떤 타자에게는 유리한 구장이 되기도 한다. DB가 날아갔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옮길 수는 없지만,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90년대 후반의 대표적인 강타자인 김동주(두산)와 김재현, 이병규(이상 LG)가 그 좋은 예이다. 김동주는 널리 알려진 대로 파워 히터이다(특히 잠실이 아닌 곳에서). 김재현은 날카로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주로 생산하는 중장거리형 타자이다. 이병규는 홈런을 적게 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주로 자신의 천부적인 감각과 타격기술을 이용하여 볼을 인 플레이 시킴으로써 안타를 많이 생산하는 유형이다.
자주 가는 야구 커뮤니티(
http://www.foulball.co.kr)에서 4년 전(벌써...) 김재현이 첫 FA를 선언했을 때 한 유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동주는 잠실을 벗어날 경우 더 좋은 타격 라인(타율 - 출루율 - 장타율)과 더 많은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타자이다. 김재현은 김동주만큼은 아니지만 잠실을 벗어났을 때 성적이 좋아지는 쪽에 가까웠다. 반면 이병규는 잠실을 벗어났을 때보다 오히려 잠실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였고, 잠실을 벗어나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는다고 분석되었다.
만사마 놀이하던 시절의 이병규와 홍성흔. 둘의 어디가 닮았다는 말인가?
6. 이병규만큼 공을 때려내기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을 고르는 것보다는 치고 나가기를 더 좋아하는 두산 홍성흔의 최근 4년간 성적은 다음과 같다. 순서대로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 GPA.
2005 잠실 : .284 / .341 / .392 / .251
2005 기타 : .260 / .307 / .405 / .239
2006 잠실 : .303 / .354 / .409 / .262
2006 기타 : .269 / .316 / .401 / .243
2007 잠실 : .273 / .385 / .372 / .266
2007 기타 : .264 / .317 / .382 / .238
2008 잠실 : .340 / .378 / .452 / .283
2008 기타 : .317 / .358 / .402 / .262
기량이 퇴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만일 홍성흔이 FA를 통해 한화나 삼성으로 간다면 타격성적은 나빠질 것이다.
홍성흔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편이 낫다. 물론 홍성흔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7. "야구장"이 불변의 요인이라면,
같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과 LG의 구장효과 수치가 달라서는 안 되지 않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단일 시즌 두 팀의 구장효과를 따로 구한다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Jim Furtado 식으로 구한 올해 두산 잠실구장의 득점팩터는 0.99이다. 같은 방법으로 LG 잠실구장의 득점팩터를 구하면 0.92가 나온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구장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두산과 LG라는 서로 다른 두 팀이 완벽히 같은 구장효과를 낼 수 있는 성적을 내기란 통계적으로(그리고 인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두 팀의 구장효과를 나눠 측정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왜냐하면 구장효과는 어디까지나
"구장"효과이기 때문이다. 같은 구장을 쓰는 두 팀의 구장효과를 따로 구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기도 하려니와 의미없는 행동이기도 하다.
잠실구장의 구장효과를 알고 싶으면 두 팀의 기록을 합쳐서 계산하면 된다. 그러면 득점과 실점, 경기 수라는 표본이 더 커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믿을 만한 결과가 나온다. 물론 LG와 두산 두 팀끼리 벌인 18차례 시합의 기록을 더하고 빼고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8. 구장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version은 구하고자 하는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의 홈 경기의 득실점과 원정 경기의 득실점 비율을 구하는 것이다. 이 비율이 1보다 크다면, 즉 홈 경기의 득실점이 원정 경기의 득실점보다 많다면 이 팀의 홈구장은 타자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1보다 작다면 투수 친화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저것 재고 계산하기 귀찮다면, 투박하긴 하지만 이 방법이 제일 쉽다. ESPN에서 제공하는 구장효과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단 잠실의 구장효과를 구하고 싶다면 홈 경기의 득실점을 원정 경기의 득실점으로 그냥 나눠서는 안 된다. LG와 두산이 벌이는 경기도 잠실구장의 홈 경기이므로, 홈 경기가 원정 경기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실구장의 구장효과를 구할 때는 잠실구장에서의 득실점을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경기 수로 나눈 값과 다른 구장에서의 득실점을 다른 구장에서 벌어진 경기 수로 나눈 값의 비율을 따져야 한다. 사실 위에서 말한 기본 version에도 홈 경기 수와 원정 경기 수라는 요소는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 팀의 홈 경기 수와 원정 경기 수는 같으므로 약분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굳이 기입하지 않았을 뿐이다. 마산이나 청주와 같은 제2 홈구장의 구장효과를 구하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로 경기 수를 감안해야 한다.
엄밀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구장효과) = (홈 구장에서의 득+실점 / 홈 구장 경기 수) ÷ (다른 구장에서의 득+실점 / 다른 구장 경기 수)9. Bill James는 여기에
타수(AB)의 개념을 넣고, 점수(R) 이외에 홈런이나 2루타, 삼진, 볼넷, 실책과 같은 요소도 도입했다. 잠실구장은 홈 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멀어서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다른 구장에 비해 낮다. 그러나 그만큼 페어 지역이 넓기 때문에 2루타나 3루타가 나올 가능성은 다른 구장에 비해 높을 수도 있다. 따라서 득점만을 논하는 것보다는 세세한 영역의 구장효과를 구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또한 한 팀의 홈 경기와 원정 경기의 수는 LG, 두산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같지만, 타수는 다를 수가 있으므로 경기 수 대신 타수를 넣으면 보다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오차가 줄어든다. 즉, 경기 수를 넣었을 때 투수 친화적인 구장은 이 방법을 적용하면 조금 덜 투수 친화적인 숫자를 얻을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vice versa).
10. Jim Furtado라는 사람은 이것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구장효과를 구하고 있다. 복잡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개념이 새로 등장하며, 결정적으로 내가 머리가 나빠서 정확히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옮기자면 이렇다.
첫째, 기본 공식에서는 홈 구장 이외의 모든 구장은 중립적인 효과를 지닌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투수와 타자들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구장에서 어웨이 경기를 펼친다. 즉, 어웨이 구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므로 구장별로 어웨이 경기를 분리해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더함으로써 "어웨이 경기의 구장 비중립성"을 살려야 한다. 쉽게 말하면
Coors Field에서 조금 더 많은 어웨이 경기를 갖는 NL West의 타자들은 NL East의 타자들보다 Coors Field의 덕을 더 많이 봤으니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구장효과는 99.9% 이상 타자가 때려서 볼 인 플레이된 경우(아웃이 되거나, 안타가 되거나, 기타 등등...)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그러므로
경기 수나 타수보다는 볼 인 플레이된 경우의 수(BIP)를 분모에 집어넣어야 한다.Furtado는 이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모든 팀의 구장효과를 구한 다음(물론 원정경기의 비중립성을 감안한 방법으로), 이를 전부 더하고 다시 리그 내 팀 숫자로 나눠서
리그 전체의 평균 구장효과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특정 팀의 구장효과가 이 평균 구장효과에 비해 얼마나 큰가 작은가를 따진다.
예를 들어 MLB 전체의 평균 득점팩터가 1.05이고 Boston의 독자적인 득점팩터가 1.15라면, Jim Furtado 식 득점팩터는 약 1.10이 된다. 즉 Fenway Park는 리그 내의 다른 구장들에 비해 10% 정도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뜻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Jim Furtado 식 득점팩터란 바로 이런 방법을 통해 구한 팩터를 일컫는다.
사실 구장효과를 구하는 공식 자체도 처음 보고 한 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어웨이 구장의 개별적인 구장효과라는 요소까지 더한 Jim Furtado의 방식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식으로 쓰는 것보다는 말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다. 수식으로 Furtado의 구장효과를 표현한다면 Sigma(∑)와 몇 가지 변수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몇 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직관적인 의미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수학을 못 하기 때문에).
야구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은 여기까지다.
11. 구장효과는 다른 가공된 야구통계와 비슷한 속성을 지닌다.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하면 좋지만, 전혀 엉뚱한 맥락에서 쓰거나 특정 선수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쓰지 않느니만 못하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홈런에서 손해를 보는 만큼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투수들은 피홈런에서 이득을 본다. 대구구장이나 대전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홈런에서 이득을 보는 만큼 한화와 삼성의 투수들은 피홈런에서 손해를 본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기사를 즐겨 쓰는) 언론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구장효과를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해진다. 다른 모든 지식과 학문의 세계가 그렇듯이. 그래서 내가 구장효과에 대해 이렇게나 장황하게 찧고 까부는 글을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