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 필요한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


LG 트윈스는 어떤 선수를 잡아야 하는가? 요즘 LG 팬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듯 하다. 전통의 물주 라이온즈가 담백한 모습을 보이고, 나쁘지 않은 선수들이 FA로 여럿 풀리면서 트윈스 프런트는 누구에게 돈을 써야 잘 썼다는 소리를 들을지 재 보고 있는 상황. 자주 가는 야구 커뮤니티(http://www.foulball.co.kr)에도 그런 글이 많이 보이고, 거기에 댓글이 2~300개씩 달린다. 한 LG 팬분께서 "트윈스는 누구를 잡아야 할까요?"라고 물어보셨고, 여러 분들이 답을 하는 와중에 나도 옵저버로 슬쩍 끼어서 한 마디 했다. "이승엽을 잡아야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버무린 대화였기에 그냥저냥 웃고 넘어갔지만, 사실 그냥 한 말은 아니었다. 이승엽은 점수를 내는 데 가장 좋은 선수니까. LG 트윈스는 올해 126경기에서 468점을 얻는 동안 646점이나 내주어야 했다. 평균적인 구단보다 97.25점을 덜 뽑고, 80.75점을 더 내준 셈이다. 여기까지는 초등학생도 쉽게 할 수 있는 계산. 그런데 왜 굳이 다 아는 쉬운 이야기를 하냐면.


1) 최대 2명까지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2) 자신의 포지션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점수를 더 내고, 덜 주는 타자와 투수를 구해야 하는데
3) (손민한이 있긴 하지만) 김수경의 FA 미선언, 이혜천의 일본진출 가시화 등으로 좋은 투수를 얻기가 어렵다.


이런 계산이 결국은 합리적인 자유계약선수 획득의 밑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LG 트윈스에 필요한 이상적인 선수는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LG의 해당 포지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점수를 많이 낼 수 있는 타자 두 명." LG 소속 FA 3명을 제외하면 올해 FA를 신청한 포지션 플레이어는 6명(김재현, 이진영, 홍성흔, 박진만, 이영우, 정성훈)이다. 이 선수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점수와, 이 선수들의 포지션에서 2008년 시즌의 트윈스 선수들이 창출한 점수를 비교해 보면, LG가 어떤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문제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점수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예측 시스템이 있지만, 투박하게나마 "이들이 몇 년간 이루어 놓은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 홍성흔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박진만과 정성훈은 굉장히 나쁜 시즌을 보냈다. 따라서 2006~8년의 3년 동안 이들이 창출한 점수(RC)를 구하고, 3년 동안 이들이 낭비한 아웃 카운트를 해당 포지션의 2006~8년 LG 선수들이 똑같이 썼다고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점수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구한 다음, 이를 비교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즉, FA 선수들의 해당 포지션 RCAA를 구하는 것이다.


구장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FA 선수들의 점수 창출 능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FA 타자 6명의 지난 3년간 RC, Outs, RCAA_LGPos. 이영우의 기록은 2년 치임.

Outs : 타자가 낭비한 아웃카운트 = 타수 - 안타 + 병살타 + 도루실패 + 희생플라이 + 희생번트.
RC27 : 한 명의 선수를 1~9번 타순에 전부 넣었을 때 한 경기에 얼마만큼 득점할 수 있는가.
RCAA_LGPos : 해당 포지션의 LG 선수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 점수를 만들었는가.


예) 2006년의 김재현은 LG 지명타자들에 비해 똑같은 아웃카운트를 쓰면서 32.5점을 더 만들어냈다.
2006년의 김재현 9명으로 이루어진 타선은 한 경기에서 6.56점 가량을 얻을 수 있다.


위 표에서는 홍성흔을 지명타자로, 이진영을 우익수로 분류하였다. 트윈스가 만일 이 선수들을 영입한다면 홍성흔과 이진영을 각각 지명타자와 우익수로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교의 대상이 된 LG 선수들도 모두 지명타자와 우익수이다. 따라서 홍성흔이 포수로 뛰었던 2006년 RCAA는 15.8보다는 약간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진영의 2008년 RCAA는 24.1보다는 약간 낮게 평가되어야 한다. 2006년의 홍성흔은 공격에 전념할 수 없었으며, 2008년의 LG 우익수들 또한 SK 1루수인 이진영보다는 수비에 신경을 써야 했을 테니까.


물론 이 표는 정확하지 않다. 선수들의 능력은 매년 변한다. 2009년의 박병호가 제2의 박석민이 될 수도 있고, 박진만이 유격수로 뛰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성적을 냈던 FA 선수를 보유했던 팀이라면 확실히 그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영입할 선수의 능력 측정과 자신의 팀 내 포지션 플레이어들의 잠재력 평가는 조금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앞날은 하나님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표로 정리해 놓고 보면 최악의 선택은 막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팀의 공격력을 높일 목적으로 지명타자 자리에 김재현 대신 홍성흔을 데려오는 것은 "캐넌"의 귀향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도 무너뜨릴 뿐더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2006년 홍성흔은 포수였지만, RCAA 20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박용택의 정신을 차리게 할 요량으로 이영우를 데려오는 것은 바보짓에 가깝다. LG는 박용택을 그대로 쓰는 것이 낫다.


또한 숫자는 팬들의 막연한 바람이나 직관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준다. 박진만과 정성훈의 LG 행에 대한 기사가 자꾸 나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박진만정성훈은 세 시즌 동안 LG의 유격수와 3루수들보다 각각 81.1점, 70.3점만큼 득점에 더 기여했다. LG의 유격수와 3루수는 적지 않은 팬들이 "팀의 구멍"으로 일컫는 포지션이다. 기존 팀 선수들보다 1년에 23~25점을 더 얻으면서 더 탄탄한 내야를 구축할 수 있는 선수 두 명을 찾는다면 뒤돌아볼 것 없이 이 둘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박진만과 정성훈은 2008년에 부진했다. 그러나 박진만은 아직 뭔가 기대할 만한 것이 있는 선수이며, 정성훈은 젊다. 박용근,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박경수, 권용관, 서동욱, 김상현 중 2명이 2009년 시즌에 전년보다 30 가량 높은 RC를 기록할 것인가? 그렇다면 박진만과 정성훈을 잡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야보강을 통한 공수겸장보다는 공격력의 증가를 바란다면 SK의 두 FA가 대안이 될 것이다. 이진영김재현6명 중 가장 높은 RC27을 보여 주는 좌타자들이다. 물론 손인호와 안치용이 나쁘지 않은 선수이긴 하다. 김재현이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손인호와 안치용의 올 시즌 RC27은 전 구단의 우익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진영은 손인호보다는 다섯 살, 안치용보다는 한 살 어리다. 김재현의 뱃 스피드는 무디어질 수 있으나 그의 선구안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김재현은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다. 프런트의 입장에서는 실패하더라도 이보다 더 안전한 선택이 없다. 물론 4년 전 자신들의 잘못을 먼저 인정해야겠지만.
 

"유격수" 박진만의 기량 저하, 정성훈의 반등 여부, 김재현의 노쇠화 시기, "포수" 홍성흔의 가능성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야구는 지명타자 9명으로만 하는 게임이 아니므로, 수비력도 고려해야 한다(수비력을 가장 크게 요구하는 두 포지션의 RCAA_LGPos가 가장 높긴 하지만). 이 글을 다 읽은 당신은 어떤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상적인 유격수의 표본" 박진만인가? 내야의 틀을 잡아 줄 정성훈인가? 공격력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이진영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물론 LG팬은 아니다. 그러나 트윈스는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팀이고,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994년에는 이모부의 손을 잡고 잠실구장을 서른 번도 넘게 다녔다. 트윈스 프런트가 두 명의 선수를 영입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길 바란다면, 두 가지 답안지 중 한 가지는 이미 나와 있다.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 시한이 지나간다는 전제 하에.






※ 이 글의 모든 통계는 ISTAT(http://www.istat.co.kr)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by Lucid | 2008/11/13 22:33 | Baseball | 트랙백(1)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lucidian.egloos.com/tb/397887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더오픈다이어리 at 2008/11/25 14:59

제목 : SK에서 LG로의 비상을 꿈꾸는 이진영 선수의 힘찬..
얼마전 LG와 계약한 이진영이 팬카페에 올린 편지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진영입니다. 이제 이틀이 흘렀군요. 그런대도 아직 아무것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어쩌면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20일 이전과 똑같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눈을 뜨면 짐을 챙겨 문학구장에 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러다 '아, 이젠......more

Commented by 想翔 at 2008/11/13 23:03
오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당 포지션과 비교해보니 누가 필요한지 확실히 알 수 있네요.
엘지가 박진만, 정성훈, 이진영 중 둘을 잡을 수 있으려나요?

종종 오고 있었는데, 늦게나마 링크 신고합니다. 좋은 글들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
Commented by Lucid at 2008/11/13 23:15
감사합니다. 글 속의 숨겨진 부분은 찾으셨나요? :D
Commented by 想翔 at 2008/11/13 23:36
네 ㅎㅎ 요즘도 잠실에 자주 가시나요? 전 벌써 잠실이 그리워지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