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제목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왜냐하면,
관점에 따라서 김현수와 김광현보다 잘 한 선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표는 누가 더 잘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한 선수에 가깝냐를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논할 수 있을까를 차근차근 따지는 것이다.
선수의 가치를 비교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만이 옳은 것도 아니다. 만일 절대적으로 보이는 가치평가의 기준(예 : RC)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선수들을 둘러싼 주위의 환경, 여러 각도에서 찾을 수 있는 그 선수의 공헌도 등을 최대한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화하고, 차이를 가감했을 때 어느 선수가 더 근소한 우위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김현수는 324개의 아웃을 만들면서 리그 평균의 타자보다 약 52점을 더 창출했다. 반면 김태균은 똑같이 290개의 아웃카운트를 소비한 리그 평균의 타자에 비해 53.3점을 더 만들어냈다. 이것으로만 보면 김태균의 승리다. 그러나 RCAA +1.3점이 두 선수의 우열을 완전히 가르는 척도는 될 수 없다. 다른 차이도 많기 때문이다.
(1) 구장 : 김현수는 리그에서 타자에게 불리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구장에서 경기의 절반 이상을 소화했고, 김태균은 홈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두 개의 홈 구장에서 경기의 절반 이상을 뛰었다. 물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2) 출전경기수 : 강타자의 미덕은 꾸준히 많은 경기에 출장하여 많은 타석을 소화함으로써 팀의 공격을 돕는 것이다. 올해 김현수는 김태균보다 74번 더 타석에 들어섰고, 34번 더 아웃을 당했다. 아웃당하지 않은 40번의 타석에서 김현수는 팀의 득점에 도움을 주었다. 공격의 효율성(OPS, RC27, XA...)에서는 김태균이 뛰어났다. 그러나 김태균은 확실히 김현수보다 적은 경기를 소화했다.
(3) 수비 : 김태균은 930 1/3이닝 동안 1루수로 뛰었다. 김현수는 그보다 약간 더 많은 1091 1/3이닝을 좌익수로 소화했다. 김태균은 수비에서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는, 괜찮은 1루수다. 반면 김현수를 좌익수로서 칭찬하는 사람들은 사실 많지 않다. 조동화나 정수근이 수비에서는 더 낫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좌익수는 1루수보다 일반적으로 조금 더 소화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며 팀의 실점을 막을 기회도 많다. 160이닝 많은 김현수의 수비시간은 보너스. (민병헌이 이 160이닝을 좌익수로 뛰었으면 김현수보다 나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160이닝 동안 두산은 공격에서 무수한 손해를 봐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까지 감안했을 때,
미세하지만 김현수가 김태균보다 올해 팀의 승리에 조금 더 많은 기여를 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투수는 타자보다 평가하기 더 까다로운 존재다. 왜냐하면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서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드물지만, 투수는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꾸준히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타자가 팀 동료에 의해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보는 경우는 득점권 상황에서 2루에 느린 주자가 있다거나, 투수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이대형이나 이종욱 같은 선수가 주자로 출루했을 때다. 그러나 투수가 가능한 한 적은 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야수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리그 평균의 투수들에 비해
몇 점을 더 막아냈는가이다. 김광현(-31.1점)은 이 점에서 윤석민(-30.7점)이나 봉중근(-30.2점)보다 뛰어났다. 그렇지만 봉중근과 김광현의 차이는 0.9점에 불과하다. 다른 요소는 없을까?
(1) 구장 : 김광현과 봉중근은 투수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썼다. 반면 윤석민의 홈 구장은 아무리 "그린 몬스터"를 설치했다고는 해도 투수에게 더 유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목동을 제외하면, 광주는 올해 사용된 7개의 제1홈구장 가운데 대전과 함께 지난 4년간 가장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었다. 윤석민은 그런 곳을 홈으로 쓰면서 4년을 뛰었다.
(2) 이닝 : 선발투수의 미덕은 가능한 한 많은 이닝을 좋은 내용으로 소화함으로써 불펜투수들의 과부하를 막고, 팀의 승리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김광현과 윤석민은 이 점에서 봉중근이나 손민한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SK의 불펜진은 양과 질에서 모두 매우 뛰어났다. 반면 봉중근의 뒤를 책임져야 했던 투수들은 "재앙"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기도를 했겠는가. 그래서 봉중근이 억지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선 김현수 - 김태균의 출전경기수와 동일하다. 봉중근은 어쨌든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3) 스터프 : 선발투수도 삼진을 많이 잡으면 좋다. 삼진은 가장 확실한 아웃카운트니까. 김광현은 올해 9이닝 평균 8.3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는 준수한 불펜투수의 K/9에 필적하는 성적이다. 윤석민과 봉중근의 K/9는 각각 6.92와 6.76로 김광현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BB/9는 윤석민(2.44)의 승리. (봉중근 : 3.28, 김광현 : 3.50)
(4) 수비, 그리고 운 : 타자 비교의 수단이었던 RC는 연역적인 메트릭이다. 즉, 타자의 기본 성적을 가지고 이를 조합하여 득점 공헌도를 따지기 때문에 운의 요소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면 피안타와 피홈런과 볼넷이 적고, 삼진과 땅볼유도가 많았더라도 팀 동료들의 수비범위가 좁았다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을 저질렀다거나, 외야수들의 어깨가 약했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책점을 기록할 수도 있다.
평균자책점(ERA)과 같은 범위의 값을 취하면서 투수의 기본 성적(이닝, 피안타, 피홈런, 볼넷, 삼진)을 조합하여 그로부터 예상되는 평균자책점을 구한 것이
CERA(Component ERA)이다. 물론 야수들의 수비 범위가 좁아서 내준 안타는 여기에서도 제외할 수 없다. 그러나
수비와 운의 요소가 배제되었을 때 투수의 실질적인 공헌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깝게 측정하는 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CERA를 바탕으로 구한
RSAA_2, 즉
투수들 사이의 "수비빨"과 "운빨"이 비교적 공평하게 작용했다고 가정할 때 각 투수들이 리그 평균의 투수에 비해 막아 주는 점수는 대체로 줄어들었다. 투수들은 항상 불운하지도 않았고, 야수들의 수비 공헌도도 어느 정도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던 셈이다. 봉중근의 RSAA_2가 RSAA에 비해 급감한 반면, RSAA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윤석민의 RSAA_2는 굉장히 완만하게 줄어들었다. 김광현의 RSAA 감소폭은 윤석민보다는 크지만 봉중근보다는 작다. 그 와중에 오히려 자신이 불운했거나 수비진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목놓아 부르짖는 투수도 한 명 있지만.
이상의 모든 결과를 종합하면,
김광현, 봉중근, 윤석민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다. 누가 최고의 투수로 불리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끝까지 우열을 가려 보고 싶은 것이 야구팬들의 마음이건만, 더 이상 파고드는 것은 오히려 지엽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봉중근은 많은 이닝을 소화했으며 준수한 스터프를 보였고 평균자책도 괜찮은 편이다. 김광현은 셋 중 가장 뛰어난 스터프를 가졌고 RSAA 1위를 차지했다. 윤석민은 투수에게 불리한 구장에서 뛰었고, 주자를 가장 덜 내보냈으며, 훌륭한 컨트롤을 보였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자.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 김현수와 김광현 중 누가 더 뛰어난, 가장 가치있는 선수였다는 말인가? 타자와 투수를 일직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차라리 비교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리그의 평균적인 투수 / 타자보다 더 적은 실점을 내주고 많은 득점에 공헌하는 선수가 좋은 투수와 타자라고 가정한다면,
투수의 공헌도는 야수의 공헌도에 비해서 약간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투수가 세이브한 점수(RSAA)에
팀 동료 야수들의 도움이라는 요소도 같이 포함되어 있음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투수 김광현의 수비 공헌도와 좌익수 김현수의 수비 공헌도를 고려한다면 더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즉, 둘 중 한 명만 고르라면
내 선택은 김현수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타자는 하루에 서너 번 타석에 들어서지만, 선발투수는 5일마다 한 번 등판하면 6~7이닝을 책임져야 하지 않는가? RCAA와 RSAA를 어떻게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김광현이 김현수보다 더 MVP를 받을 만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옳은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내 생각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추신 : RSAA는 굳이 따지자면 선발투수에게 조금 더 유리한 지표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있었다.
물론 여기에 선발투수와 구원투수의 팀 공헌도라든가, 구원투수의 역할 같은 요소를 가미한다면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다.
※ 모든 통계는 ISTAT(http://www.istat.co.kr)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