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떠난 두산, 몇 번이나 더 질까?


얼마 전, 두산베어스의 미라클과 파이팅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홍성흔이 롯데로 이적했습니다.


두산 팬들께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제가 홍성흔이 이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올렸던 생각은 "홍성흔 대신 다른 선수가 두산의 지명타자 자리를 맡으면, 두산은 몇 번 더 질까?"하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두산은 미라클입니다. 한 선수가 사라지면 다른 선수가 나타나서 그 자리를 메우고, 힘들 것처럼 보이다가도 극적으로 결과를 뒤집는 팀이 바로 베어스입니다. 하지만 홍성흔은 어쨌건 지난 시즌 타율 2위, OPS 17위를 마크한 좋은 타자였습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일반화하면 이런 질문이 됩니다 : "어떤 선수를 다른 선수로 대체했을 때, 대체 선수에 비해 원래의 선수가 얼마나 더 가치있는가?" 골치아픈 통계를 돌리기 좋아하는 "Stathead"들은 VORP(Value Over Replacement Player)라는 지표를 만들어 이를 측정했습니다. 단어 뜻 그대로 "대체 선수 대비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선수가 아닌 특정한 선수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그 선수의 포지션까지 고려되므로 해당 포지션에서 그 선수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 주는 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를 대체할 두산의 다른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 홍성흔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요? 일단 반가운 사실은, 홍성흔은 지명타자이므로 어떤 포지션을 가진 후보선수건 무조건 타자이기만 하면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후보선수는 어디까지나 후보선수입니다. 홍성흔과 함께 라인업에 종종 들어갔던 두산의 다른 선수 8명은 홍성흔을 대체할 수 없는, "주전"선수들입니다. 2008년 시즌 기준으로 주전선수 8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채상병, 오재원, 고영민, 김동주, 김재호, 김현수, 이종욱, 유재웅


따라서 홍성흔을 대체할 선수를 찾으려면 이 8명의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살펴봐야 합니다. 아래는 2008년 두산의 주전 9명(홍성흔 포함) 및 두산에서 풀려난 안경현을 제외한 후보선수들의 성적입니다.


주전들이 모두 빠졌으므로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홍성흔의 성적을 고려해야 합니다. 편의상 후보선수들은 2008년의 성적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홍성흔 개인에게 2008년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시즌입니다. 지명타자로 전업한 첫 해나 다름없으므로 앞으로도 타격성적이 포수 시절보다 꾸준히 좋을 수도 있지만(올해처럼), 그의 나이와 부상가능성, 그리고 "평균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생각하면 2009년의 홍성흔은 2008년의 홍성흔보다는 약간 낮은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 선수의 지난 커리어 성적에 대해서 예측하는 툴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보통 지난 3년간 리그에서 뛰었던 모든 선수들의 개별 성적까지 같이 고려해야 하므로 여기에서는 홍성흔의 지난 3년간의 성적만 고려하겠습니다. 2009년의 홍성흔에게 advantage를 주기 위해 부상과 각종 악재가 겹쳤던 2007년의 성적을 제외하고, 대신 2005년의 성적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2005년의 성적에는 1의 가중치를, 2006년 성적에는 1.5의 가중치를, 2008년 성적에는 3의 가중치를 두고 이를 한 시즌으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그다지 정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명타자로 전업한 홍성흔을 내보낸 두산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본다는 방향으로 홍성흔의 성적이 나타날 경우를 가정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2009년 홍성흔은 과연 이 정도의 성적을 내 줄 것인가?


그 결과 2009년의 홍성흔은 .310 / .354 / .424 정도의 성적을 보일 것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장타력이 더해진 김주찬의 분위기를 내는 배팅 라인입니다. 2008년의 성적이 워낙 좋아서 약간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홍성흔이 다시 career high에 가까운 성적을 찍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음을 고려하면 나쁘지는 않은 예측이라고 생각합니다.


VORP를 구하는 데에는 홍성흔의 성적과 후보선수들의 성적 외에도 리그의 타율 / 출루율 / 장타율이 필요합니다.


VORP를 구하는 데 필요한 값 9개. 홍성흔의 성적은 2009년 예측값 기준.


VORP를 구하기 위해서는 MLV(Marginal Lineup Value)를 먼저 구해야 합니다. MLV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전 경기에 출장했을 때 어떤 선수가 리그 평균의 선수에 비해 어느 정도 더 득점에 공헌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실제 경기수와 포지션을 고려하기 전에 먼저 구하는 값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009년 예측값을 기준으로 한 홍성흔의 2008년 후보타자들 대비 MLV_full은 14.3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구한 두산 후보선수들의 MLV_full은 -23.5입니다. 후보선수들은 리그 평균의 선수에 비교하면 공격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음수의 값이 나왔습니다.


앞에서는 그냥 MLV만 설명했는데, 갑자기 full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full이라는 꼬리가 붙은 이유는 어떤 선수가 126경기 전부 출장했을 때의 득점 공헌도를 먼저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홍성흔의 경기 수로 환산하면, 이 값보다는 조금 더 작은 진짜 MLV를 구할 수 있습니다. 두산 후보선수와 홍성흔 모두 116경기에 나섰다고 가정하면 홍성흔의 MLV는 13.2, 두산 후보선수들의 MLV는 -21.6입니다. 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든 셈입니다.


이제 홍성흔의 VORP를 구할 수 있습니다. VORP의 정의는 "어떤 선수를 후보 선수로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선수의 추가적인 가치"라고 위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홍성흔의 VORP는 홍성흔의 MLV에서 두산 후보선수들의 MLV를 빼면 됩니다. 따라서 2009년 예측값을 기준으로 한 홍성흔의 두산 후보선수 대비 VORP는 34.8입니다.


일반적으로 VORP 10은 1승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어떤 선수가 VORP 10을 기록했다면 그 선수는 자신의 팀에서 다른 8명의 선수들이 모두 리그 평균의 선수들이라고 가정할 때 혼자 힘으로 1승을 팀에 추가했다는 뜻입니다. 즉, 두산베어스에 다른 전력 플러스 요인이 없다는 가정 하에 홍성흔이 위의 "2009년 예측값"에 준하는 성적을 내고 두산의 후보선수들 성적 평균이 올해와 비슷하다면, 홍성흔을 떠나보냄으로써 두산은 약 3패에서 4를 더 기록하게 되는 셈입니다. 3패는 언뜻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2008년의 두산이 3승을 덜 하고 3패를 더 했다면, 그 3패가 모두 LG의 3승으로 치환된다고 해도 두산의 최종 순위는 3위가 됩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사직이 아닌 잠실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했을 것이고, 롯데의 가을야구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만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일 2008년 홍성흔 성적을 기준으로 VORP를 구한다면 그 차이는 더 심해집니다).


그러나.


야구는 모르는 것입니다. 2008년 성적과 비슷할 거라는 가정을 했던 두산의 후보선수들이 갑자기 엄청난 발전을 보인다거나, 다른 주전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홍성흔의 공백을 메울 만큼 이루어진다면 두산은 홍성흔을 내보냈다고 해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입니다. 2006년의 이종욱과 2007년의 고영민을 2005년에 예측했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다시 말하면 한 팀의 성적은 여러 선수들의 노력과 다른 팀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Barry Bonds 정도 되는 선수가 아닌 이상, 한 팀의 시즌 성적 자체를 완전히 뒤흔들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VORP는 이런 목적보다는, 서로 다른 포지션의 야수들의 공격력을 "대체 선수"라는 차원에서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진 metric입니다. 똑같이 .950의 OPS를 기록하는 유격수와 1루수가 있다면 유격수의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 주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부터 "대체 선수"를 찾기 위한 베어스의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2009년 시즌에 나타날 대체 선수가 대체 선수의 level에서 머물지, 주전 level로 발돋움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추신 : "그럼 홍성흔이 들어온 롯데의 성적은 얼마나 올라갈까?"를 궁금해하시는 롯데 팬 분들을 위해. 롯데 후보선수 대비 홍성흔의 VORP는 28.7입니다. 2~3승 정도를 더 기대할 수 있는 셈입니다. :D


추신 2 : VORP를 구하는 공식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MLV와 VORP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및 공식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단, 영어입니다.




※ 모든 통계는 ISTAT(http://www.istat.co.kr)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by Lucid | 2008/11/30 03:36 | Baseball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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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더오픈다이어리 at 2008/12/01 10:17

제목 : 홍성흔, 부산 갈매기의 품으로 !
홍성흔이 한국 프로 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가 되었네요. 1998년 경희대학교 재학 중 방콕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였고,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1999년에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여 이전에 주전으로 뛰었던 진갑용이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 두산의 주전 포수로 활동하였답니다. 공수 양면에 능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플레이와 잘생긴 외모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오픈양의 사랑도 듬뿍듬뿍~~ㅋㅋ) 20......more

Commented by Anakin at 2008/11/30 05:17
물론 올해 전력이 그대로 가고 홍성흔이 빠진다면 전력의 미세한 마이너스가 되긴 하겠다만 보상선수로 집어온 선수가 두산의 백업 선수보다 나을 확률과

두산이 올시즌 용병을 단 한명만 데리고 했다는것도 감안해야 하겠져. 사실 용병 하나만 쓸만한넘 물어오면 홍성흔의 내년시즌 성적이 떨어질거까지 봐서 오히려 전력이 더 상승할 확률도 크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건 김동주의 잔류를 전제로 해야겠지만여.
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1/30 07:08
진짜 외국인만 잘 물어와도 모르겠는데 두산이 이쪽으로 돈을 하도 안써서...
물론 모든건 김동주의 잔류를 전제로 해야겠지만여(2)
Commented by 이세리나 at 2008/11/30 10:19
단순히 타격능력과 공격력이 아니라 팀의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들이 빠져나간다는게 좀 문제가 되는거 같지만..
그래도 다음시즌에 타자용병(거포) 잘 물어오면 별 문제없어보이지 말입니다..
물론 모든건 김동주의 잔류를 전제로 해야겠지만여(3)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30 12:32
와~ 대단하시네요. :) 저 역시 김동주 선수가 잔류한다면 그럭저럭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동주마저 놓친다면 정말 치명타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2009년 두산은 기대가 됩니다. 2009년도 혹시 김선우가 살아나면서 마운드가 높아졌지만 타격이 빌빌거리면서 엇박자를 보일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ㅠ.ㅠ
Commented by Constant at 2008/11/30 12:49
4번타자만 커버되면 사실 홍포는 내보니기 위한 수순 마지막 단계에서 FA로이드가 발동된 것이었으니...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구단은 다 계획대로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동주는 달라요(4)
Commented by 想翔 at 2008/11/30 16:53
롯데에게는 2-3승 추가라.. 롯데팬에게는 행복한 소식이군요 ㅎㅎ (내년에는 70승을 넘으려나요..)
'장타력 추가된 김주찬'이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망이구요. (좀 더 잘해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선수들도 계산해 보면 재밌겠어요. 위에서 언급된 김동주 선수도 그렇고.. ^^
Commented by 에밀 at 2008/12/04 04:09
글 잘보고 있어요 :) 학교에서 컴퓨터통계방법론이란 과목을 듣는데 형 블로그 보고서 세이버매트릭스에 흥미를 느껴서 성적에 따른 적정 연봉을 산출하는 공식을 만들고 있는데 결과가 흥미롭게 나오면서도 이걸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한숨도 나오다가도 뭐 그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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