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야구 VORP 순위(1~80위).


VORP(Value Over Replacement Player)는 자신을 제외한 8명의 타자들이 리그 평균적인 선수들이라고 가정할 때, 해당 포지션에서의 후보 선수에 비하여 특정 선수가 얼마만큼의 득점 공헌을 더 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한글로는 "대체 선수 대비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2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80명의 VORP 순위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VORP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포지션의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합니다. 올 시즌에 지명타자를 포함한 9개의 포지션에서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기록한 8개구단의 주전 선수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명타자는 타석 %, 포지션 플레이어는 이닝 %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명단을 확정했으므로, 수비 기록을 참조하여 각 포지션의 후보 선수들의 성적을 종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포지션의 후보 선수가 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해당 포지션에서 2008년에 50이닝 이상 수비한 기록이 있을 것. (2) 위 주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일 것. 이 기준을 가지고 포지션별로 2008년 후보 선수들의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조사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명타자의 경우는 타자이기만 하면 상관없으므로, 포지션에 관계없이 200타석 이하를 기록한 후보 선수들의 성적을 모두 합해서 계산했습니다.


2008년 8개 구단 포지션별 후보 선수들의 성적.


VORP를 구하기 위해서는 포지션별 후보 선수들의 성적 외에도 리그의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알아야 합니다. 2008년 리그 모든 선수들의 타율은 .267, 출루율은 .345, 장타율은 .379입니다.


이제 이 자료들을 가지고 VORP를 구합니다. 우선 MLV_full이라는 수치를 구해야 합니다. MLVMarginal Lineup Value의 줄임말로, 자신을 제외한 8명의 타자들이 리그 평균이라고 가정할 때 특정 선수가 득점에 얼마만큼 공헌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따라서 포지션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MLV_full은 특정 선수가 126경기 모두에 출장했다는 가정 하에 구하는 MLV입니다.


MLV_full에 해당 타자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타석의 비중을 곱하여 보정해 주면 그 타자의 MLV가 나옵니다. 이 방식으로 80명의 MLV를 모두 구한 다음, 포지션별 후보 선수들이 80명의 선수들과 각각 같은 숫자만큼의 타석에 들어섰다고 가정할 때의 MLV를 구했습니다. 그러므로 특정 선수의 MLV에서 그 선수의 포지션 후보 선수들의 MLV를 빼면, 정확히 특정 선수가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평균수준의 후보 선수에 비해 갖는 가치가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VORP입니다.


VORP는 선수들의 비율 스탯과 누적 스탯, 포지션을 종합하는 개념이므로, 2008년 한국야구를 기준으로 2루수나 3루수처럼 후보 선수들의 성적이 낮은 포지션에서 자주 출장하여 좋은 성적을 남길수록 증가합니다. 반면 좌익수나 우익수처럼 후보 선수들의 성적이 비교적 좋은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들은 OPS나 RC 등 일반적인 공격지표에 비해 VORP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똑같이 OPS .950을 기록한 2루수와 좌익수가 있다면 2루수의 VORP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최종적으로 구한 2008년 한국야구 VORP 1~80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80명이 대상입니다.


대부분의 sabermetrics 지표에서 신명철은 꼴찌입니다만, 이번에는 아니군요. 2루수라는 포지션의 힘.


김태균이 부동의 1위를 마크한 가운데, 후보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포지션을 담당하는 조성환, 이대호, 최정, 김동주, 정근우, 박석민 같은 선수들의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김현수와 가르시아, 이진영 등 1루수와 코너 외야수를 맡고 있는 선수들의 순위는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포지션별로 1위부터 5위까지의 선수를 꼽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포지션별 VORP TOP 5 PLAYERS.


일반적으로 MLB에서 VORP 10은 1승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를 한국야구에 적용시킨다면 김태균은 혼자 힘으로 이글스에 7승 가량을 더 보탰다는 뜻이 됩니다. 반대로 마이너스의 VORP를 기록한 선수들이라면 평균적인 리그의 후보 선수들보다 득점에 더 공헌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게 됩니다.


VORP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우선 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석만을 고려한 지표이므로 도루나 희생번트의 가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포지션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공격 성적만을 바탕으로 산출되므로 수비에 대한 평가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올해 유격수 VORP 1위는 강정호입니다. 그러나 강정호의 올해 유격수 수비시간은 576이닝으로, 2위를 차지한 박기혁의 925 1/3이닝에 비하면 한참 모자랍니다. 그래서 강정호가 공격에서는 유격수들 가운데 최고였다고 하더라도, 수비 기여까지 고려했을 때 올 시즌 최고의 유격수를 강정호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비기여도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지표로는 Bill James의 Win Share를 비롯한 몇몇 지표가 있습니다.)


또한 특정 선수를 대체할 만한 후보 선수를 구할 수 있는 폭이 넓은 MLB에 비해, 구단 사이의 트레이드가 훨씬 적고 팀의 전력 깊이(depth)도 얕은 한국야구에서는 주전 선수의 가치가 VORP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팀의 다른 후보 유격수들이 모두 고만고만한 2군 수준인 가운데 1994년의 이종범처럼 독보적인 공격력을 가진 유격수가 있다면, 포지션을 고려한 그 선수의 실제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집니다. 그래서 한국야구에서 엄격한 의미의 VORP를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선수들의 공격력을 양과 질 두 측면에서 평가하고, 포지션까지 고려하여 대체 선수라는 개념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OPS처럼 간단히 구할 수 있는 통계값과 비교하면 VORP는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MLV와 VORP를 구하는 자세한 공식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영어입니다.



※ 모든 통계는 ISTAT(http://www.istat.co.kr)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by Lucid | 2008/11/30 20:03 | Baseball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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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Lucidian World at 2008/12/01 21:23

제목 : 2008년 한국야구 VORP 순위 ver 2.0
어제 후보선수들의 성적을 일일이 종합하여 2008년 성적만으로 계산한 VORP(Value Over Replacement Player)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VORP의 정의를 다시 말하자면 "특정 선수를 제외한 8명의 타자가 리그 평균의 야수라고 가정했을 때, 그 포지션에서 해당 선수가 후보 선수에 비하여 가지는 공격력의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OPS .950을 기록하는 2루수와 1루수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약한 선수들......more

Commented by Anakin at 2008/11/30 20:12
수비의 질까지 포함된 기여도를 얻고 싶다면 WARP를 구해야 되겠다만 한국에선 FRAR을 구할수가 없기에 어쩔수 없이 포지션별 가치만을 고려할수 밖에 없겠져. 만약 WARP를 구한다면 이대호의 순위는 더 내려오겠지만여.. 물론 FRAR 자체가 그렇게 신뢰도가 높다고 볼수는 없지만여.
Commented by Lucid at 2008/11/30 20:16
2005년부터라면 FRAA와 FRAR도 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FRAA와 FRAR이 많이 신뢰가 가는 지표가 아니라서 주저하고 있긴 하지만요. UZR 같은 공간개념이 들어간 수비통계는 아예 구할 수 없다 보니 아쉬운 대로 FR밖에 없긴 합니다.
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1/30 20:48
3루가 상당히 의외이네요.
Commented by Lucid at 2008/11/30 21:23
3루수 후보선수들이 이 선수들이거든요 : 이종열, 김태완(LG), 조동찬, 황재균, 김주형, 김재걸, 이원석, 김용의, 최용규, 김형철, 박용근.

주전 3루수들과 후보 3루수들의 차이가 굉장히 심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2/01 08:33
그게아니고 김동주-이대호-최정인줄 알았더니 김동주가 3위까지 내려가 있어서;
Commented by Lucid at 2008/12/01 13:03
김동주의 타석이 나머지 둘에 비해서 좀 적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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