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오그라드는 선수 응원가.


한국프로야구에 선수들의 개성있는 응원가가 도입된 이래 삼성라이온즈는 뭔가 작위적이고 어색하며 왠지 팬들까지 쪽팔리게 만드는 선수 응원가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히어로즈의 턱돌이가 나타나기 전까지 8개구단 가운데 가장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마스코트인 블레오(a.k.a. 사순이)를 빼면 구단 차원의 라이온즈 응원은 경기의 흥을 돋구고 관객들의 참여를 고취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선수에게는 뻘쭘함을, 관객들에게는 본의 아닌 미안함을 선사했달까.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워 워워워워 우워 우워 박종호 우워 워워워워 우워 우워 박종호

80년대 명곡의 멜로디를 차용한 것은 알겠는데, 리듬도 어렵고 임팩트도 없다. 결정적으로 뭘 어쩌란 말인가?


따다 딴다라 딴다란 박진만 따다 딴다라 딴다란 박진만 × 2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뒤에 뭐라고 더 중얼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패스. 그냥 선수 이름이나 몇 번 더 불러 주는게 나음. 요즘은 당신을 사랑해요 육사삼 더블아웃 철벽수비 박진만 어쩌고 하던데 그럴 때마다 초구 내야플라이를 치고 해맑게 웃으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박진만의 모습이 떠오르니 이상한 일이다.


랄 랄 라라라 랄랄 라라라 박석민짱 이하 무한루프

선수의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나 그다지 귀염상도 아니고 뭔가 허술한 응원가. 들으면 들을수록 힘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음. 박석민이 계속 스물 너댓살로 있을 것도 아니고 선수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얘는 아예 브로콜리 가면을 쓰든가 해서 웃긴 쪽으로 밀어야 함.


날려라 김한수 날려라 김한수 날려라 날려라 김한수 × 2

응원가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끝마무리에 절도가 없고, 심지어 슬픈 느낌까지 있어 부르는 이와 듣는 이의 기분을 다운시킴. 다만 왠지 홈런을 노린 골프스윙으로 빗맞은 병살타를 치시던 그 분을 자연스레 연상케 하는 효과가 있음. 그나저나 오랜만에 3루수 김한수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네.


빰 빰 빠밤 빰 빰 빠밤 빰 빰 빠밤 사랑해요 오승환

최악 중의 최악. 들을 때마다 대구 3루 응원단상을 부수고 싶은 대표적인 응원가.
특히 "사랑해요 오승환" ← 여기가 포인트. 그 부분이 다가오면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진다.


야구계의 불타는 명장 아시아의 태양 썬~동열

거의 들을 기회가 없으나, 들을 때마다 차라리 내 귀가 먹었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드는 수준이하의 응원. 아무리 자기가 명장이라도 저런 식으로 응원하면 듣는 선동열이 부끄럽지 않을까?



물론 임팩트가 강하고 상대방을 오그라드게 만드는 응원가도 있긴 하지만 딱 두 개 뿐이다.



빠밤 빠밤 위풍당당 빠밤 빠밤 양준혁 빠바밤 빠바밤 위풍당당 빠밤 빠밤 양준혁

응원의 주인공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된 응원가로, 심지어 LG의 양준혁이 대구에 원정을 왔을 때 관중들이 자발적으로 부르기도 함. 사실 이것보다는 대구 아저씨들의


준혁준혁 양준혁 위풍당당 양준혁


이게 임팩트가 끝내줌. 뭐랄까 양준혁에게서 느껴지는 보스 기질과 위풍당당함과 대구 아저씨들의 마초기질이랄까 그런 것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힘이 있음. 요즘은 잘 안 들리더라. 그래도 잠실 가면 아직도 아저씨들이 함.


하지만 임팩트의 최고봉은 역시











홈런











날려버려




경기가 슬슬 달아올를 무렵이나 큰 게임에서는 관중들이 "이"와 "승"과 엽" 사이에 다 같이 발을 쾅쾅 구르면서 리듬을 넣는데, 삼성 팬들에게는 왠지 모를 안도감과 자부심과 하여튼 뭐 그런 거만한 생각을 들게 하고 상대팀 팬들에게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효과가 탁월했음. 한때 이승엽이 BGM으로 쓰던 엄정화의 "페스티발"과 전혀 어울릴 것 같은데 왠지 같이 하면 좀 어울리고 효과만점. "우~즈", "엘~지의 이병규"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응원. 지금은 셋 다 바다 건너에서 이상한 큰북이나 피리 따위에 맞춰 관중들이 알 수 없는 음절을 왱알거리는 잡음 수준의 응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움.


사실 정말 잘 하는 선수들은 응원가나 그런 것이 따로 필요 없음. 선동열이 응원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설프게 할 거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by Lucid | 2008/12/07 02:06 | Baseball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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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2/07 10:31
오승환 응원가는 그런데 상대방 관중과 선수들 손발도 오그라들게 하는 효과가 이쓰요 :(

걍 전체 경기장 분위기 다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겠지만..
Commented by 푸하핫 at 2008/12/07 10:47
그냥 글만 봐도 민망한 ;;;;
Commented by 라껠 at 2008/12/07 11:03
ㅋㅋㅋ삼성 응원가가 이런 줄 몰랐어요..ㅋㅋ
Commented by JellyBean at 2008/12/07 11:38
아...삼성응원 민망한게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전 반대쪽에서 듣긴 했지만
정말......아아아아암니ㅏㅇ거빚다거람ㄴ으ㅜ람ㄴㅇㄱㄼㅈㄷ람ㄴㄹ한 기분이었어요ㅜㅜ
너무 역사와 전통이 오래돼서 함부로 못바꾸는건지
응원단장님의 창의력이 좀 많이 부족하신건지 ㅠㅠ
뭐 이쪽 응원가도 그렇게 썩 빼어나진 않습니다만^^;;
Commented by 오리 at 2008/12/07 11:59
관중들이 알 수 없는 음절을 왱알거리는 잡음 수준의 응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삼성 응원단장이 응원 자체에는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것 같은데, 작품이....-ㅁ-;;
사랑해요 오승환은 크크;
Commented by 想翔 at 2008/12/07 15:25
야구계의 불타는 명장 ㅋㅋㅋㅋㅋㅋ
대구가서 삼성 응원가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게 제 잘못이 아니었군요.
일관성있게 각종 효과음을 사용하고 있어서 신선하달까.. 으음?;;;
Commented by 알렉 at 2009/02/16 12:07
개인저긴 생각으로는 권혁응원가가... '권혁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이건 정말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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