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변신' 김현수? "NO! 지금처럼만~"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김동주와 홍성흔이 만에 하나 두산을 떠나게 되더라도 김현수에게 '거포'에 대한 부담을 떠안기지는 않을 생각이다. 타율 3할5푼 이상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한 김현수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는 게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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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원래 에버리지(타율)가 높으면 홈런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내년 시즌은 올해만큼은 치지 못할 테고, 대신에 홈런수는 더 늘게 될 것"이라며 "15개 이상은 치게 될테지만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투수와 달리 타자가 친 공이 장내에 인플레이되었을 때(Ball In Play), 그 공이 안타로 연결될 확률은 대체로 타자의 컨택트 능력과 적지 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특히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의 생산능력(L%)과 관계가 있다. 몇 시즌 동안 꾸준히 좋은 타율을 유지하는 선수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질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그러나 야구에는 언제나 불확실성, 속된 말로 "운빨"의 영역이 존재한다. 어떤 타자의 실제 인플레이된 공의 타율(H%)은 기본적으로는 그 선수의 능력에서 평균값이 결정되지만, 개별 시즌에 구체적으로 어떤 수치가 나오는가는 해당 시즌의 환경, 상대팀의 수비, 기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요소 등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길게 보면 행운과 불운은 항상 상쇄되기에, 그 선수의 통산 성적은 대체로 그 선수의 능력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은 "단일 시즌"의 결과에 열광하고, "그 시즌"의 MVP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한다. 또한 어떤 선수가 어떤 해에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면, 팬들은 당연히 그 선수가 다음 시즌에도 그와 비슷한 성적을 거둬 주기를 기대한다. 그 선수가 해당 시즌의 타율 1위였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타율이라는 측면에서, 김현수의 2008년 시즌은 어느 정도의 "행운" 또는 "불확실성"이 겹쳐졌던 것인가? 김현수는 내년에도 .3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 인플레이된 타구의 안타 비율(H%)의 year-by-year split은 어느 정도로 달라지는가?
※ H% : 타자가 경기장 내로 볼 인플레이시킨 타구가 안타로 연결될 확률.
H% = (안타 - 홈런) ÷ (타수 - 삼진 - 홈런 + 희생플라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들의 통산 타율과 H%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3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가운데 역대 타율 1~5위 선수들이다.
표에도 나와 있듯이, 한국야구 통산타율 1위인 장효조는 동시에 가장 높은 통산 H%를 기록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단일시즌 타율 1위와 출루율 1위를 기록한 선수였다. bad ball hitter로 알려져 있는 데이비스와 이병규의 H%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들은 볼넷을 골라 나가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고 홈런도 많이 친 편은 아니지만,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생산해 냄으로써 안타의 확률을 높이는 데에는 충분히 일가견이 있었던 셈이다. 반면 안타 가운데 홈런의 비중이 높은 양준혁과 김동주는 H%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단일 시즌 기준으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들의 H%는 어느 정도였는가? 또 이들의 그 전년도 성적과 그 후년의 성적은 어떻게 되는가? 다음은 지난 4년간 단일 시즌 타율 1위를 기록한 선수들의 3년치 H%이다. 2004년 타율 1위인 브룸바는 2005년 성적이 없으므로, 2003년 타율 1위였던 김동주로 대체하였다.
마침 통산타율 4위와 5위를 차지한 이병규와 김동주가 맨 위에 올라가 있다. 이 선수들이 타율 1위를 기록했을 때 H%는 통산 H%보다 약 20~30포인트 높았으며, 그 해의 H%가 전년과 후년의 H%에 비해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병규의 경우 2년 연속으로 .350 이상의 H%를 기록하면서 높은 타율을 보였지만, 그 다음 해에는 자신의 통산 H%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보였고 타율 3할에 실패했다.
이대호는 약간 다른 경우이다. 왜냐하면 그의 타격 실력은 2006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대호의 홈런 생산력은 매년 높아졌으나, 볼넷과 장내안타 생산속도의 증가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Triple Crown을 달성한 2006년은 그의 지난 시즌에 비해 삼진을 20개나 줄이고 그만큼의 볼넷을 더 얻었던 시즌이었는데, 그만큼의 타수를 줄일 수 있었는지라 전년 대비 H%는 60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심한 견제를 받았던 2007년에도 볼넷의 증가는 그대로 이어졌고 타수당 홈런의 비율은 더 높아졌기 때문에, H%의 소폭 감소는 타율을 비롯한 이대호의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물론 2008년의 이대호는 타율(.301)과 H%(.316) 둘 다 낮아졌다. 그러나 이대호 타율의 하락은 그가 전년처럼 많은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지 못하고, 전년과 같은 볼넷 : 삼진 비율을 보여 주지 못한 탓이 크다. 이대호가 전년도의 볼넷과 홈런 숫자를 그대로 가지고 갔더라면 H%는 그대로이되, 타율은 지금보다 약 2푼 정도 높아져 있을 것이다.
이현곤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이다. 공백기간이 있긴 했지만 2006년 이현곤이 장내로 타구를 때렸을 때 안타로 연결될 확률은 약 27% 정도였다. 그런데 1년 사이에 갑자기 컨택트 능력이 대박 늘어났는지, 이 확률이 38%로 수직상승한다. .379의 H%는 장효조의 통산 H%보다 30포인트나 높으며, 단일 시즌 기준으로도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7년의 이현곤은 장효조의 신적인 컨택 능력에 가까워졌었던 것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은 "글쎄올시다" 였다. 결국 이현곤은 2008년, 자기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렇다면 H%는 운인가, 실력인가? 매년 타율의 변동 폭을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이것만으로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바다 건너 두 선수의 기록을 보기 전까지는.
둘의 통산타율은 Ichiro가 훨씬 더 자주 타석에 나왔음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공을 때렸을 때 장내 안타로 연결될 확률을 보여 주는 H%에서는 Ichiro가 Pujols보다 훨씬 앞선다. 특히 MLB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새로 작성했던 2004년의 H%는 거의 4할에 육박한다. 일단 때리기만 하면 그 중 40%가 안타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확실히 경이적이다. 반면 Pujols는 그만큼 장내 안타의 비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35+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과 많은 볼넷을 양산하는 능력을 같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꾸준한 수준의 타율, 그리고 화려한 OPS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선수의 year-by-year H%가 적지 않은 부침을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Ichiro의 2004년과 2005년 H% 차이는 80포인트를 뛰어넘으며, 꾸준함의 대명사인 Pujols 역시 매년 최소 25포인트 이상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 선수들도 경향은 다르지 않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 시즌 별로 때려서 볼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확률은 생각보다 상대팀의 수비, 당시의 환경(context), 운 등 적지 않은 요소에 의해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무리 꾸준한 타자라도 담장을 넘기거나 볼넷을 많이 얻거나 하지 않고 매년 .350 이상의 H%만으로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말 그대로 Ichiro나 장효조의 수준에서나 가능하다. 사실은 이 둘도 .350 이상의 H%를 연속으로 3년 이상 보인 적은 없었다.
2. 반면 강하게 공을 때려서 아예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린 타구는 상대팀 수비수들도 어찌할 바가 없고, 재수없게 유격수나 중견수의 정면으로 갈 가능성도 없다. 또한 어떤 해에 많은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다음 해에 갑자기 똑딱이가 될 확률은, 어떤 해에 .270을 치던 선수가 다음해 갑자기 .320을 칠 확률보다도 낮다. 따라서
많은 홈런을 기록할 능력이 있는 타자들은 담장 밖으로 넘기지 못한 타구의 향방이 어찌 되건, 그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3. 일정한 수의 타석이 주어졌을 때, 그와 비교해서 어떤 타자가 볼넷을 얻어내는 비율은 홈런 파워가 유지될 비율보다는 낮지만 역시 시즌 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연속성을 보인다. 물론 타자는 경험을 얻을수록 삼진을 적게 당하고 볼넷을 많이 얻는다. 그리고 변화구에 계속 당하던 신인급의 타자가 눈을 뜨는 어느 순간, 한 선수의 볼넷-삼진 경향이 갑자기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즉 기량의 급속한 변동이 없는 25~35세의 타자들에게 나타나는 BB/AB(%)와 SO-BB ratio는 시즌 별로 그 편차가 상당히 적다. 볼넷을 많이 얻으면 타수가 줄어든다. 삼진을 적게 당하면 그만큼 볼을 더 인플레이시킬 수 있다.
따라서 볼넷을 많이 얻고 삼진을 적게 당하는 타자들은 그렇지 못한 타자들에 비해 더 적은 수의 안타로도 높은 타율을 유지하며, 역시 일정한 수준의 생산력을 낸다.4. 그러나 투수들의 H%가 시즌 평균을 중간점으로 어지러이 왔다갔다 하는 경향이 적지 않은 반면, 타자들의 H%는 주로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시즌 류현진의 H%는 이상목보다 높았다. 즉, 일단 맞히기만 한다면 류현진의 공을 안타로 연결시킬 확률이 이상목의 공을 안타로 연결시킬 확률보다 높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병규의 H%가 김재걸의 H%보다 낮았던 시즌은 한 번도 없다. 장성호와 권용관의 H%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김현수의 기록을 살펴보자.
2008년 김현수의 H%는 단일 시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2007년 이현곤의 바로 아래이다. 상승 폭 역시 드라마틱하다. 그렇다면 2009년의 김현수도 이현곤처럼 급격한 추락을 겪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현곤은 삼진과 볼넷을 리그 평균 수준으로 얻으면서 삼진을 볼넷보다 더 많이 당하는, 일반적인 유형이다. 반면 김현수는 2008년을 기점으로,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유형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볼넷이 삼진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은 확실히 양준혁이나 장성호 같은 극히 일부의 선수들에게서만 관찰할 수 있었던 현상이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25~34세의 11시즌 동안 한두 시즌 가량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꾸준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김현수의 홈런 생산력은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현수의 플라이아웃 / 땅볼아웃 비율은 2007년(0.71)과 2008년(0.73)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수당 홈런 비율(2007년 1.6%, 2008년 1.9%)과 2루타의 비율(2007년 6.0%, 2008년 7.2%)도 두 시즌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김현수가 2008년에 기록한 높은 타율에는 단타의 요소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그리고 단타는 해마다 변동이 가장 심한 요인이며, H%의 증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김현수의 2009년 타율은 2008년에 비해
눈으로 보았을 때 꽤 낮아질 것이다.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홈런 15개를 치고, 볼넷과 삼진이 올해와 똑같다고 가정한 다음 김현수의 H%를 이병규의 통산 기록과 같은 .336으로 놓으면 김현수의 2009년 타율은 .326으로 바뀐다.
그러나 그다지 걱정할 것은 못 된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수의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4할과 5할 이상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단타의 개수가 줄어들면 출루율과 장타율은 둘 다 낮아지고, OPS는 "따불"로 낮아진다. 따라서 김현수가 갑자기 눈에 띌 정도로 안타를 많이 치지 못한다면 OPS는 확실히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김현수의 선구안이 그대로라면, 기본적으로 김현수의 생산력은 여전히 평균 이상이며, 대체로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사실 이 글의 결론은 타율이 그렇게 훌륭한 지표도 아닐 뿐더러, 연도별로 변동이 심해 한 타자의 능력을 정확히 알아보는 데에도 적절하지 못한 지표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번 시즌 김현수를 높게 평가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타율 1위가 아니라, .100에 육박하는 IsoD와 .151의 IsoP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