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항구다!


송호근 칼럼 : 서울은 항구다


굵은 강조는 내가 한 것.


(전략)


서울이 바다의 문명을 잃어버린 것은 큰 손실이다. 바다는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수평선 너머 꿈틀거리는 신비의 문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탐험의 길로 유혹했는가. 해류를 타고 출몰한 이양선과 이방인들은 내지(內地)의 잠자는 상상력을 얼마나 소스라치게 일깨웠는가. 항구는 바다의 상상력이 진입하고 내지의 결핍증이 외부로 증폭하는 노즐이다. 그렇기에, 역사상 세계를 주름잡았던 거점 도시들은 대부분 항도였다. 암스테르담·런던·보스턴·뉴욕을 거쳐 LA까지, 바다는 이 도시들의 국제경쟁력을 부추기는 거대한 선동가였다. 바다는 생각과 인식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 바다는 필요한 곳과 소통하도록 길을 열어준다. 서울이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자 서울을 근거지로 한 한국인의 '마음의 습관'에는 연결성·유동성·유연성·진취성 같은 바다문명의 본질이 사라졌다.


'녹색뉴딜'로 명명된 '4대 강 정비사업'이 정부가 기획한 대로 침체일로에 있는 지방경기를 촉진하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지역 거점도시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충주·대구·안동·공주·나주·함평에 당장 8300억원을 쏟아 붓고, 내년 한 해 동안 14조원을 투입한다고 하니 금융위기 한파를 조금이라도 몰아내는 데 효과가 클 것이다. 더 중대한 효과는 그런 지역 거점도시들이 겪을 성격 변화에서 나온다. 폐쇄적 내륙도시에서 개방적 해양도시로의 변신이 가져올 문명사적 발전의 유발효과는 당장 23조원으로 추산된 생산효과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바다문명과의 접속을 어찌 돈으로 추산할 수 있으랴.


마침, 중국과 대만은 양안 분단 59년 만에 쌍방향 뱃길을 열어 통상(通商)·통항(通航)·통우(通郵)의 삼통시대를 개막했다. 무쌍한 교역 파트너가 된 대륙의 63개 항구와 대만의 11개 항구가 짜낼 촘촘한 네트워크는 조만간 일본열도의 서쪽 항구도시들을 가담시켜 매우 단단한 동아시아 해상 교역 체계를 이룰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내륙 거점도시들이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인천·군산·목포·여수·부산 등 남서해안에 위치한 기왕의 항구도시들은 물론이거니와 내륙 도시들도 항로와 해로가 서로 엮어 짜는 다국적 문명 체계에 주도적 임무를 행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은 항구여야 한다. 상하이와 홍콩은 이미 항구이고, 도쿄와 오사카도 이미 항구다. 상하이·도쿄와의 경쟁에서 서울이 뒤처진 것도 바다를 잃고 난 이후였다.


그래서, 4대 강 정비사업의 주목적을 하천 정비로부터 '바다 네트워크' 또는 '해양도시' 구축으로 바꾸면 좋을 것이다. 바다의 상상력과 진취력을 품을 기반을 창출하는 문명사적 사업이라는 말이다. 잃어버린 바다를 서울에 접속시키는 일, 그래서, 후손들이 주저 없이 이렇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은 항구다" 라고.


송호근 서울대·사회학





선생님의 정치적 성향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번 칼럼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것은 성향 이전에 논리의 문제이다. 해가 지면 문학책 이외에는 아무것도 읽지 않으신다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나는데, 아무래도 문학적 상상력이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한 듯 하다.




물론 나도 대항해시대 2는 굉장히 좋아함. 하지만



:D




by Lucid | 2008/12/23 19:15 | Junks | 트랙백 | 핑백(1)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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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Lucidian World :.. at 2008/12/26 01:57

... 의의 정밀화는 물론이거니와, 사회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접근이나 인과관계를 가장한 미신(myth)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조차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 이런 주장이 한 국가의 주요 신문에 칼럼으로 버젓이 실리는 것을 보면. ... more

Commented by Kain君 at 2008/12/23 19:55
칼럼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이거 밖에 없군요

'주화입마'

:D [...]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3 20:27
저런 글을 쓰실 분은 그래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심히 유감입니다.
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2/23 21:20
심마가 골수에 미쳐서 저건 손 쓸 방법이 업ㅅ군여.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0:56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어려운 지경이지요.
Commented by 호앵 at 2008/12/23 21:30
참... 문학적이시라는.....

(대항2의 짤방... 너무 멋지군요 :D)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0:56
제가 대항2를 좀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용두 at 2008/12/24 12:13
아... 토목과 갈 걸 그랬네요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0:57
저는 무려 인문계랍니다. :D
Commented by 오리 at 2008/12/24 18:37
'해신' 을 너무 감명깊게 보신 거 같습니다.

'마음의 습관' '바다문명의 본질' 말씀하시는 것이 자칫 나중에 국민성 운운하시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네요.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0:57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도 사회학을 하시는 분인데, 국민성 이야기를 그렇게 간단히 해도 되는 건가 하는.
Commented by 오리 at 2008/12/25 01:01
사회학의 현대 조류에서 제법 큰(엄청나게 큰) 집단의 성질을 저렇게 뭉뚱그려 묶어 말하는 것이 있었던지... 사회학과는 아닙니다만, 다른 여타 사회과학에서도 저렇게 바라보는 시각은 요새 설득력을 얻기 힘들던데요. 심지어 전근대 시대의 사회구조에 대해서 저렇게 보는 것도 반론이 많이 있고요.

게다가 한국인에게 무언가가 없어지고 폐쇄적이 됐다, 라.... 이거 어디서 많이 들었던 거 같은데..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1:14
요즘 사회과학이야 formal theory와 analytical methodology가 대세이긴 하죠. 그런데 역사적인 관점이라든가 질적인 차원으로 따져도 저 정도의 "거대"담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 매우 굉장히 "신선"하긴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는요.

그런데 오리님의 블로그에 있는 시간표의 제목들, 왠지 굉장히 익숙한데요. 혹시 제가 4학년 때 저희 학교 학부입학을 하셨는지. :D
Commented by 오리 at 2008/12/25 01:17
Lucid님께서 몇 학번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같은 학교에 같은 단과대일 겁니다 :D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1:22
반갑습니다. :D !!
Commented by 오리 at 2008/12/25 01:23
반갑습니다 선배님 ^_^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1:29
설마 과반까지 같지는 않겠지요? :D 저는 IR Compass였습니다만.
Commented at 2008/12/25 01: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1:37
저는 03학번입니다. 말씀하신 분의 이니셜만 가지고는 누구신지 잘 모르겠네요. ^^;
Commented at 2008/12/25 01: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1:40
아 그랬군요. 친하게 지내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_-;) 잘 알고 있습니다. 굉장히 brilliant했던 선배로 기억합니다. :D
Commented by 오리 at 2008/12/25 01:41
ㅎㅎ 그 반이셨다길래 궁금해서 여쭤 봤습니다 ㅎㅎ

이 포스팅 댓글 수를 제가 심하게 늘렸군요-_-;;;;;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Commented by Lucid at 2008/12/25 01:44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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