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인권존중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양립 가능하다.


요즘 돌아가는 걸 보고 있으면 몇 년 전에 봤던 이 영화가 생각난다.




강남의 최고급 호텔 1207호에서 칼에 9군데나 찔려 발견된 A급 카피라이터 정유정. 휘발유 통을 들고 현장에서 바로 검거된 의문의 용의자 김영훈. 사건의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수사팀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이들과 함께 발빠르게 움직이는 무리가 있었으니... 바로 방송국 PD, 스탭들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범죄없는 사회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허울좋은 '살인사건의 수사 생중계'가 공중파를 타고 실황 중계되려는 찰나다. 이름하야 특집 생방송 "정유정 살해사건,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방송 스튜디오 내부엔 패널과 전문가, 방청객들의 식견이 오가고, CCTV로 연결된 현장 수사본부에서는 검사와 용의자 간의 불꽃 튀는 수사가 벌어진다. 이들의 목적은 바로 수사의 생중계를 통해 '최대한의 시청률'을 뽑아내는 것! 동물적 감각을 지닌 검사 최연기(차승원)와 샤프하지만 내성적인 용의자 김영훈(신하균). 전 국민의 유례없는 참여와 관심 속에, 1박 2일 간의 '버라이어티한 수사극'은 활기차게 진행된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이 미약하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수사. 김영훈 외 호텔 지배인, 벨보이, 주유원 등 증언자들이 늘어 나면서 애초 범인을 김영훈으로 지목하던 수사는 미궁으로 빠질 위험을 보인다. 혼란스러운 수사 데스크와 방송 관계자들의 우려 속에 50%에 육박하던 시청률도 곤두박질을 치며 수사쇼는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다급해진 방송국에선 극약처방을 쓰기로 하는데...


- 네이버 영화소개 中 -



http://spotless.egloos.com/2280134 - 어떻게 다들 이렇게 쿨할 수 있지?


이 글을 쓰신 분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자 유가족들에 대한 물질적, 정신적 보상과 치유의 문제는 확실히 중요하다.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캐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언론도 그렇고, 모든 범죄의 잠재적인 피해자인 사회의 구성원들도 잘 생각해야 할 문제.


그러나 이 글에서 아쉬운 것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반대하면서 인권을 그 근거로 드는 사람들 =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논리다. 가해자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는 관심도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 되는가? 그건 아니다. (물론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에 열을 올리면 가해자의 인권을 무시해도 되는가? 그것도 아니다. (아주 간혹 그런 사람들도 있다.)


요는,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하는 것은 별개이며, 양립 가능하고,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잔혹한 연쇄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는 법의 심판에 따라 유죄로 판결되면 사형이든 무기징역이든 죄의 값을 치르면 된다. 굳이 본인의 얼굴이나 주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민사라서 국가가 개입하기 어렵고 그 제도가 복잡하다면, 그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국회의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하여 논하라고 뽑아 놓은 인간들이다.) 그러니까, 어느 한쪽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사실 내가 가장 화가 나는 대상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유사 범죄의 재발방지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인간 이하의 살인마를 부르짖고 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팔아치워 자신의 주가를 올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부류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이 두 가지 문제가 다르다는 점은 주목하지 않게 만들고 대중적인 분노를 양산하는 데만 전력을 다하는 그들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지! 그런 부류가 논하는 정의로운 사회 구현과 법치국가의 건설이라는 말을 들으면 역겹다.


by Lucid | 2009/02/06 23:04 | Junks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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