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스타의 조건

갑자기 주제가 떠올라서 쓰는 글. 야구 경기에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가?


1. 한 팀에서 충분히 오래 뛰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프랜차이즈"와 일맥상통하는 조건이다. 얼마나 뛰어야 오래 뛴 것인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판단이 다르겠지만, 대개 한 팀에서 무리없이 6~7년 정도를 플레이하고 앞으로도 4~n년을 뛸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 기간의 조건은 만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라이온즈의 오승환이나 베어스의 김현수는 스타의 기량을 충분히 갖추고도 남는 선수들이지만, 그들을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팀에서 데뷔하거나 은퇴해야지만 진짜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한다거나, 더 나아가 중간에 다른 팀에 갔다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프랜차이즈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뉴욕 양키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 베이브 루스는 데뷔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은퇴는 보스턴 브레이브스에서 했다. 라이온즈의 양준혁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타이거즈와 트윈스에서 뛰었지만 오늘날 그를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 해당 포지션에서 훌륭한 성적을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스타"와 맞물리는 조건이다.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지도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다음과 같은 하위 조건을 놓고 본다. 첫째, 8개구단 기준으로 해당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 줘야 한다. 투수의 경우는 적어도 top 5 안에는 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포지션에 괴물들만 모여 있다면 절대적인 관점에서 좋은 성적으로도 충분하다. 둘째, 그 성적이 가급적이면 오래 가야 한다. 2~3년으로 반짝해서는 훌륭했던 선수라고 부를 수는 있을지언정,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한 팀에서 4명 이상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불린다면 그들은 이미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말 그대로 한 팀을 대표하는 선수이다. 물론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이야 그렇지 않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름으로 한 팀을 대표하는 선수는 아무리 늘려 잡아도 5개년 기준으로 세 명을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굳이 세 명으로 한정시킨 이유는 재미있는 사례가 떠올라서이다: 1980년대 타이거즈의 (선동열), (김성한), (한대화). 이 글을 혹 읽으시는 타이거즈 팬이 계시다면 어떤 선수를 떠올리셨을지 궁금하다.


4. 주관적인 감정의 영역.

마지막 조건은 팬들의 감정, 애틋함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런 요소이다. 이것은 객관적인 지표로 놓기에는 애매한 부분이지만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팀을 혼자서 이끌고 나가다시피 한 선수(레이더스의 김기태), 고등학교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자기 지역을 상징했던 선수(인천의 김경기),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팀의 목표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희생한 선수(자이언츠의 최동원)가 1~3번의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러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지만 1~3번의 조건을 다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4번의 임팩트가 지극히 강렬한 경우 우리는 그를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by Lucid | 2009/06/23 01:26 | Baseball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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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9/06/23 11:37
타이거즈는 3김 시대가 있었잖습니까.김봉연 김성한 김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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