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팬들의 도덕주의(?)

그냥 끄적인다. 딱히 용덕한 나주환 사건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다가 계~속 생각이 드는 것.


한국의 프로야구 팬들 중 대다수는 상당히 도덕주의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도덕주의라는 말은 정확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도덕적 선을 지향함" 정도가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더 잘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보류.

가끔 보면, 정작 그라운드의 당사자들은 금방 잊어버리거나, 별다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진지하게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의 방향은 상당히 다를 텐데, 야구팬들이 더 쉽게 이야기하고 흥분하는 주제가 있다.

이를테면 "2루에서 사인 훔치는 행위는 나쁜 것"이라는 주장. 그런 주장을 하는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소속된 팀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또 2루에서 사인을 훔쳐보는 행위와 덕아웃에서 상대편 덕아웃의 사인을 염탐하려고 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이건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른 "떡밥"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구체적으로 "도덕을 중시하는 야구팬"들은 윤리의 관점에서 이것을 바라본다. "이 놈은 나쁜 놈, 저 놈은 불쌍한 놈, 그 놈은 이상한 놈." 이런 식이다. 빈볼 문제도 마찬가지고, 포수의 블로킹이나 그라운드의 난투극 문제도 마찬가지다. 막상 현장 선수나 코치에게 그런 걸 물어보면 "언제 그런 게 있었나?"라든가, "다 그렇고 그렇지." 정도의 대답을 들을 만한 일인데, 유난히 어떤 팀은 천하의 악당이 되고 어떤 팀은 피해자가 된다.


엄청나게 비약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이런 걸 보면 솔직히 중세 십자군들의 윤리관이나 조지 W. 부시의 세계관이 떠오른다. 내 편은 착한 놈, 내 편 아니면 나쁜 놈, 세상은 선과 악으로 존재.

차라리 "왜 그런 의도로 발언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보였을까?"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 얻는 것이 많을 텐데.


by Lucid | 2009/10/17 18:41 | Baseball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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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o6_Xavi at 2009/10/17 18:55
사인훔치기는 하면 안되는 행위죠. 바로 보복당할 수 있는...

근데 증거도 없고 단지 KIA쪽을 소스로 한 몇 줄 짜리 기사

아니면 사인을 훔쳐서 껌쪼가리로 그걸 알려준다는 시덥잖은 풍문을 듣고

그것도 SK의 반론은 전혀 듣지도 않은 채

그냥 비매너로 낙인을 찍어놓고 욕하는 찐따들이 너무 많네요.




어떤 가시나가 지가 아는 관계자가 SK가 껌쪼가리로 사인훔친다고 이야기했다 하길래

그게 껌쪼가리로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하니

다른 것들이 더 있대요. ㅋㅋㅋ

'아는 관계자'가 그런 말을 하면 바로 진실이 되는거죠. 뭐...그런 사람들한테는요.

관계자가 있고, 소문 몇개 더 있으면 바로 죄인되는거죠.

소문이 많으면 아니땐 굴뚝에 연기난다나 어쩐다나 하면서요.




당장 다음경기에서라도 기아쪽에서 빈볼이라도 하나 던지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겠죠. 기아가 괜히 던졌겠냐 이러면서요.

내가 아는 기아는 임준혁, 손영민같은 애들 내세워서 괜히 잘 던지는 팀인데 ㅋ




전 SK팬 아니랍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9/10/17 19:38
특정 팀을 대상으로 지정해서 쓴 글은 아닙니다. 글을 쓰고 잠깐 있다가 보니까 "의도적으로" 잘못 읽는 사람이 있긴 하더군요.
Commented by RIMI at 2009/10/17 19:03
그냥 제 생각이지만, 스포츠 기자들이 참 병맛인거 같습니다. 뭔 일만 터지면 우르르 달려서 말도안되는 추측성 기사도 마구내고.. 그냥 그날의 좋았던 점, 승부처 등등의 기사만 내도 수십개일텐데 꼭 그런식으로 비꼬는 기사를 내서 서로 악감정 생기게 하네요.

저도 SK팬 아니에요.
Commented by Lucid at 2009/10/17 19:34
스포츠 기자단이 그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렵고요(정말 뛰어난 사람들도 몇 분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현재의 일일 스포츠신문 시스템상 분석이나 승부처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게 어렵고

"인센티브가 없죠." 그래서 그런 듯 합니다.
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9/10/17 19:27
요새 이런쪽 문제를 거론하는게 굉장히 꺼립니다.

왜냐면 상대 측에서도 피해의식을 가지고 좀 과장하고 거기에 또 비판에 비판을 가하고 서로 안 좋은 쪽만 바라보고 싸우면 평행선을 달립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나 여기에서도 판이 커지는 이유가 거의 80%는 그런 피해의식에 의한 과장과 그에 대한 비판이라고 봐서요.
Commented by Lucid at 2009/10/17 19:33
맞습니다. 뭐랄까 너무 목숨을 걸고 인터넷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많다는 인상도 받고,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봤고, 피해의식의 요소도 적지 않고요.

요 몇 년 사이에 그게 훨씬 심해진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쪽 관련해서는 무슨 말을 해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과장되어 전달되게 되어 있죠. 특히 빈볼 문제에 대해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Commented by 어떤날 at 2009/10/17 22:11
그 '도덕주의'라는 것이 과도하게 감정이입하면서, 그리고 증오하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요 며칠 간도 그렇고, 무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싸우면서 거의 모든 게시판들이 진흙탕이 되는 것을 보면 끔찍합니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 피해 받고 피해를 줬는지를 떠나서, 서로가 너무 증오에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응원팀의) 과오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만 욕하면서 서로의 증오심을 키우는 것 같던데요. 그냥 재밌게 야구 보고 즐기면 될텐데, 너무 심하게 감정이입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해소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아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Commented by Lucid at 2009/10/17 22:21
프로스포츠는 즐기기 위해 있는 거죠. ^^ 고수라고 불리는, 정보가공과 해석능력을 갖추신 분들도 그걸 자연스럽게 즐기는 거고요. 즐기기 위한 것 때문에 싸우면 그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는데, 싸우고 물어뜯고 한쪽 병신만드는 걸 즐기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같은 도덕적 카테고리 안에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건 자기한테나 자기가 응원하는 팀한테나 좋을 게 없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Worker at 2009/10/17 22:40
사실 이렇게 떡밥이 물리고물리고 서로까고 죽일놈 나쁜놈 하면서 드립치는게 야구보는재미입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9/10/17 22:49
아닌 사람들도 있죠. 별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그걸 보고 있기가 피곤한 경우도 꽤 많고요.
Commented by 달려옹 at 2009/10/17 22:55
이렇게 싸우는걸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ㅋ
스포츠를 대리전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ㅋ
Commented by 건방진천사 at 2009/10/17 23:14
요즘은 인터넷이라는게 있다보니 한번 왜곡되면 확대 재생산되어서 오류가 있음이 밝혀져도 오류였다는 사실은 수면위로 올라오지도 않은 채 이미 매장시켜버린 뒤입니다. 스포츠 기자들의 왜곡 기사도 크게 역할을 하죠. 특정팀 안티라고 말할 정도의 기자는 자질이 의심스러운 거짓 기사도 쓰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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