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강민호
2009/06/02   되풀이되는 포수 논쟁에 대하여 [9]
되풀이되는 포수 논쟁에 대하여

비슷한 듯 다른 고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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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강민호 관련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다시 생각났다.

저 글을 썼을 때나 지금이나 내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즉,


1) 포수의 기량 혹은 멘탈적인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면 멘탈까지 갈 것도 없이 매년마다 기록에 일관되게 뚜렷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것은 역시 팀에는 좋은 수비를 가진 포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보다 훨씬 보수적인 생각이다.)

2) 기억은 기록보다 불완전하고 결정적인 순간만을 기억한다. SK가 벌떼 계투진을 앞세워 연전연승할 때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박경완을 칭송했다. 그러나 바로 지난주 삼성과의 3연전에서 벌통에 벌이 없어서 심하게 털릴 때는 아무도 박경완의 리드를 문제삼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만수를 아주 형편없는 기량을 가진 포수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의 포수수비에 관한 기록(도루저지율, 9회당 폭투/포일, 방어율)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었다.

3) 포수가 완벽한 리드를 한다 치더라도 그곳으로 볼을 100% 꽂아넣을 수 있는 투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A팀의 포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기 시작하면 칭찬은 A에게 하고, 비난은 투수들이나 감독에게 하기 마련이다.

4) 전력분석팀과 코치를 비롯한 볼배합의 전문가들이 컴퓨터 기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야수의 수비위치까지 일일이 지정해 주는 현대 프로야구에서 두뇌가 뛰어난 포수와 아무 생각이 없는 포수의 수비 기량 차이는 옛날에 비해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론은 그리 쉽게 발전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야구이론의 전문가들은 아직도 예전 생각을 훨씬 먼저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시 참조.


Leonard Koppett가 그의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했던 이야기의 바리에이션. Lou Boudreau가 Ted Williams Shift를 처음 고안했을 때 그는 당장 수비의 천재로 일컬어졌다. 그 시대에만 해도 수비 시프트란 Boudreau나 Ozzie Smith, 요즘으로 치면 Omar Vizquel 레벨의 명 수비수들이나 머릿속에 그려볼 만한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데이터 야구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 정도 수준이 되는 선수라야 예측수비를 할 수 있었고, 시프트도 만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 시프트의 개념도 널리 퍼져 있고, 평균 정도 되는 야수들이라도 자료 분석에 의해, 혹은 벤치의 지시에 의해 타자마다 수비위치를 조금씩 바꾸거나 한다.

포수리드도 마찬가지다. 박경완이 1960년대에 그렇게 자세하고 수준높은 분석 레벨의 포수 수비를 펼쳤다면 그의 가치는 굉장히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구단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팅을 가지며, 배터리 코치가 포수들을 데리고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한다. 한 타자에 대한 공략법은 그 타자가 약점을 극복하기 전까지 일정한 패턴으로 존재한다. 그 패턴을 어느 정도 익혀 놓기만 하면, 그리고 투수가 제대로 던진다면, 2004년의 Barry Bonds 같은 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다.



종합: 이상의 요인을 검토해 보면 뛰어난 투수리드 실력을 가진 포수가 그렇지 않은 포수에 비해 점하는 우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든 20년이 지나든 이 논쟁이 계속될 확률이 훨씬 더 높겠지만.



박경완이 위대한 이유는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OPS .849, 295개의 홈런, RC 957.9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849의 OPS는 300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역대 2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줄곧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그보다 좋은 OPS를 남긴 선수는 이만수(.907) 한 명뿐이다.



PS. 강민호의 블로킹 능력까지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그건 확실히 강민호의 결점이다. 다만 그 결점이 얼마나 크냐 작으냐가 문제라면, 그 역시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강민호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바닥으로 떨어진 공격력이다. 이것에 대해서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으로 포수수비와 연관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by Lucid | 2009/06/02 11:18 | Baseball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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