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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5   삼성라이온즈 단상 [10]
삼성라이온즈 단상

분위기가 자못 험악해서 트랙백이나 그런 건 못 걸겠고, 글도 짧게.


작금의 투수진 황폐화는 분명 선동열의 큰 과오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심광호 박정환 5번 지명타자 따위의 기용을 더욱 혐오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중요도가 다르니. 어쨌든 권오준, 정현욱, 권혁에게 본격적인 선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이다. 적어도 권오준은 선발투수로 시험해 봐야 했다. 이에 더하여 선은 확실한 오늘의 1승을 "약간" 불확실한 미래의 5승보다는 조금 더 강조하는 타입으로 보이는데,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해야 하는 팀 메이킹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불만스럽다. 즉, 선발투수로 전환 시 위 투수들이 겪게 될 약간의 어려움 + 팀 성적의 불확실함 + 기타 등등의 요소를 생각보다 크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박한이가 부진하자 땜빵용으로 올라와 어느덧 1번 타자까지 계급상승(?)을 이루어낸 이영욱의 기용법이다. 준족의 좌타자라는 장점이 있지만, 선동열은 이영욱을 처음으로 기용할 때는 그리 많은 믿음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영욱이 뭔가를 보여 주자, 선동열은 이후에도 클러치 상황에서 계속 이영욱을 내보내고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밀어 주었다(이영욱이 너무 부담스럽겠다 싶을 정도로). 이영욱은 그 기회를 대체로 잘 잡았고, 이제 당분간 이영욱이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런 기용이야말로 신인을 레귤러로 만드는 정석이다. 실패할 확률도 충분히 있지만(몸에 맞는 공을 휘둘러 삼진당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난 KIA전이 대표적인 예), 뭔가 보여 준 놈은 일단 계속 믿고 맡기는 것. 거기서 본인이 기회를 잡으면 살아남고 바보짓을 하면 밀려난다. 채태인, 박석민, 최형우, 그리고 아직 보여 준 것은 없지만 올 시즌 김상수는 모두 이런 기용의 수혜자들이다. 그런데 선동열은 이런 식의 기용을 불펜투수의 선발 전환 도전에는 시도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그 자신이 일가견이 있는 분야에서는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게 말하면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스타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한 것이다. 이 점은 LG의 김재박 감독과 매우 비슷하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사태가 100% 선동열의 불펜 혹사기용이라든가 능력 부족인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그것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1) 외국인 투수의 실패: 바르가스, 하리칼라, 브라운, 메존은 지금의 윤성환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더 못한 투수들이었다. 오버뮬러와 션은 말할 가치조차 없다. 제구가 완전 제 멋대로였던 바르가스를 제외하면, 올해의 크루세타가 그나마 최근의 삼성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스터프형에 가장 가깝다.

2) 팜의 황폐화와 2차지명의 실패: 최근 몇 년간 A급 고졸투수들은 모두 서울, 경기, 광주 출신이었다. 낮지 않은 순위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도 가중됐다. 오승환 픽은 지금 생각하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고, 이후에도 투수 드래프트는 예상도, 평가도, 현재도 모두 신통치 않다. 그나마 지명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군산상고의 차우찬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은 주제.



결론을 내자면. 선동열 감독의 책임이 분명 큰 부분이긴 하지만 또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소리. 지나친 극단론은 진실에는 가깝지 않다. 너무 싱거운 결론 아니냐, 그래서 뭐가 어떻단 거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을 모두 불펜에 넣는 야구를 오래 보고 싶지는 않기에 재계약을 반대했지만 이미 결론이 난 이상 "적절한 수위"를 지켜 주길 바랄 뿐이다. 작년 정현욱이나 올해 권혁같은 기용만 하지 않는다면 심한 반발심은 없다.


오히려 나의 관심은 최원제, 김상수, 조현근, 백정현, 박성훈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달려 있...(-_-;)



by Lucid | 2009/07/25 04:08 | Baseball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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