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야구
2009/10/17   프로야구 팬들의 도덕주의(?) [12]
프로야구 팬들의 도덕주의(?)

그냥 끄적인다. 딱히 용덕한 나주환 사건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다가 계~속 생각이 드는 것.


한국의 프로야구 팬들 중 대다수는 상당히 도덕주의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도덕주의라는 말은 정확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도덕적 선을 지향함" 정도가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더 잘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보류.

가끔 보면, 정작 그라운드의 당사자들은 금방 잊어버리거나, 별다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진지하게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의 방향은 상당히 다를 텐데, 야구팬들이 더 쉽게 이야기하고 흥분하는 주제가 있다.

이를테면 "2루에서 사인 훔치는 행위는 나쁜 것"이라는 주장. 그런 주장을 하는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소속된 팀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또 2루에서 사인을 훔쳐보는 행위와 덕아웃에서 상대편 덕아웃의 사인을 염탐하려고 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이건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른 "떡밥"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구체적으로 "도덕을 중시하는 야구팬"들은 윤리의 관점에서 이것을 바라본다. "이 놈은 나쁜 놈, 저 놈은 불쌍한 놈, 그 놈은 이상한 놈." 이런 식이다. 빈볼 문제도 마찬가지고, 포수의 블로킹이나 그라운드의 난투극 문제도 마찬가지다. 막상 현장 선수나 코치에게 그런 걸 물어보면 "언제 그런 게 있었나?"라든가, "다 그렇고 그렇지." 정도의 대답을 들을 만한 일인데, 유난히 어떤 팀은 천하의 악당이 되고 어떤 팀은 피해자가 된다.


엄청나게 비약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이런 걸 보면 솔직히 중세 십자군들의 윤리관이나 조지 W. 부시의 세계관이 떠오른다. 내 편은 착한 놈, 내 편 아니면 나쁜 놈, 세상은 선과 악으로 존재.

차라리 "왜 그런 의도로 발언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보였을까?"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 얻는 것이 많을 텐데.


by Lucid | 2009/10/17 18:41 | Baseball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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